FTX, 11일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
부채만 66조 원 '코인판 리먼사태' 되나
국내 투자자 6000명, 23억 원 투자
파산 신청을 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전 대표 샘 뱅크먼-프리드. AFP=연합뉴스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FTX가 진 빚만 최대 6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급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코인 투자 심리가 바닥을 치면서 이달 들어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선 200조 원이 넘는 돈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FTX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보호는 법원 감독 아래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회생을 모색하는 것으로, 사실상 회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과도한 레버리지 등 부실한 재무 구조 등이 시장에 알려진 지 열흘도 안 돼 한때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하던 가상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유동성 위기로 코인 제국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가상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 사례"라고 전했다. 실제 FTX의 부채 규모는 최대 66조 원에 이르고, FTX에 돈이 묶인 사람 수만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처럼 돈이 오가지만, 고객 보호에선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은행이 파산할 경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통해 고객 자금이 보호를 받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는 예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고객 자산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 재단을 이끄는 브록 피어스는 "현재로선 FTX가 폐업에 대비해 고객을 위해 어떤 보호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TX에 베팅한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이미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금을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과 국내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국내 거래소를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FTX 가상화폐(FTT) 보유 규모는 23억 원(인원 수 약 6,000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거래소에서 FTT는 폭락을 거듭하며 2,700원 선을 나타내 이달 초에 비해 93%가량 폭락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투자 피해 금액 등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월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바닥을 친 가상화폐 시장은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낮 12시 25분 기준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8,498억 달러(약 1,121조 원)로 집계됐다. 이달 초(약 1조161억 달러)와 비교해 약 2주일 사이 220조 원에 가까운 돈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증발한 것이다. 시총 1위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업비트 기준)에서 2,300만 원대에 거래가 진행 중이다. 일주일 만에 22%가량 가격이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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