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시도, 민간단체 혼연일치 유치 활동
충청권 최초 국제 스포츠대회 개최 쾌거
저비용·고효율 대회 지향, 지역통합 실현

김영환(오른쪽) 충북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1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회 총회에서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최지로 충청권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청 메가시티, 코리아”
1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 총회 현장. 레온즈 에더 FISU 회장 대행이 202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최지로 '충청 메가시티'를 발표한 순간, 충청권 공동대표단 관계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충청권이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품었다. 충청권 공동대표단에 따르면, 이날 FISU 집행위원 현장 투표에서 충청권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를 14대 7로 따돌리고 유치권을 따냈다. 이로써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2027년 8월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제전인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공동 개최하게 됐다. 충청권이 국제 규모 종합스포츠 행사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국제스포츠대회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 유치한 첫 사례로도 기록됐다.
충청권이 강력한 경쟁자인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비교적 여유 있게 따돌린 것은 차별화한 유치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초 충청권은 국제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데다 경기 시설도 크게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구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대학 스포츠가 활성화돼 있고 충청권보다 1년 먼저 유치전에 뛰어든 터였다.
충청권 공동유치위원회는 이에 FISU의 정책 방향을 파고 드는 전략을 세웠다. FISU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통합 효과를 누리도록 여러 도시의 공동 개최를 권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충청권은 개최지 평가 과정에서 지자체 공동 개최를 통한 지역통합 및 지역발전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개최지 결정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선 충청권 대회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치러질 것이란 점도 부각시켰다. 유치추진위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파급효과, 지역발전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 체육회장 등으로 구성된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 유치 충청권 공동대표단'이 12일 대회 유치에 성공한 뒤 개최지 선정 총회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의 한 호텔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충북도 제공
충청권 4개 시도는 대회 유치를 위해 일찍부터 똘똘 뭉쳤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외면받아 온 충청인의 자긍심을 살리고 지역 화합에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4개 시도는 2020년 7월 공동합의서에 서명한 뒤 곧바로 유치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세종지방자치회관에 공동 유치추진단을 꾸린 데 이어 4개 지역 대학과 민간단체를 총망라하는 유치위원회를 결성했다. 수많은 기관과 단체들의 의기투합 속에 충청권은 올해 초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함께 최종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 충청권 공동유치위원회가 지난 8월 현장 평가를 위해 충청권을 방문한 레온즈 에더(왼쪽에서 네 번째) FISU 회장 대행에게 충청권 유치 기원 100만 인 서명부를 전달했다. 평가단은 시민들의 유치 열망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위 제공
충청권은 2027년 대회를 ‘저비용 고효율’ 대회로 치를 계획이다. 경기장은 대전 세종 천안 아산 보령 청주 충주 등 7개 도시의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신축 경기장은 1만 석 규모의 청주 오송체육관 하나뿐이다. 개회식은 대전에서, 폐회식은 세종에서 치른다.
충청권은 2027년 대회에서 스포츠 제전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동 개최로 비용은 크게 절감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4개 시도가 고루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조7,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만 명 이상의 취업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대회 유치로 지역 주민들의 스포츠 향유 기회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스포츠 대회가 전무했던 충청권은 경기 시설 등 스포츠 인프라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충청권 공동대표단은 개최지 발표 후 FISU와 개최도시 협약서에 서명했다. 충청권은 내년 상반기 중 대회 조직위원회를 새롭게 꾸려 대회 준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최종범 유치위 총괄본부장은 “2027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신수도권으로 떠오른 충청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4개 시도가 공동 개최로 신뢰와 소통을 쌓고 협력하면, ‘충청권 메가시티’ 기틀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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