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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과 도롱이

입력
2022.11.12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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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슈룹'. tvN 제공

tvN 드라마 '슈룹'. tvN 제공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들판 사잇길로 한 남자가 걸어간다. 흠뻑 젖은 삿갓과 도롱이를 타고 물방울이 뚝뚝 듣는다. 사극 속 한 장면이다. 예전 사람들은 쏟아지는 비를 어떻게 피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이 땅에는 주기적으로 비가 내렸을 테고, 비가 와도 삶은 이어져야 했을 것이니 말이다.

비를 가리기 위하여 사용하는 우산, 비옷 등을 통틀어 우비라고 한다. 옛 사람들이 비를 피할 때 쓸 도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삿갓, 도롱이, 보삼 등이 있을 뿐이었다. 우선 대오리나 갈대로 거칠게 엮어 만든 '삿갓'은 비와 햇볕을 막기에 제격이다. 그리고 '갈모'가 있다. 갓 위에 덮어 쓰는 기름종이로 만든 모자를 이른다. 종이가 비에 버티도록 기름을 먹여 방수 처리를 한 지혜가 놀랍다. 질 좋은 방수천이 넘치는 지금, 갈모는 우산의 상표 이름으로 살아남았으니 이 또한 재미있다.

비를 가리는 옷으로는 장옷 모양의 '보삼'이 있다. 그런 옷이 어디 흔했으랴. 보통 사람들은 '도롱이'를 걸친다. 도롱이는 짚, 띠 등을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이다. 안쪽은 엮고 겉은 줄거리로 드리워 끝이 너털너털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는데, 그 줄기를 타고 빗방울이 방울져 흐를 것이니 이 또한 지혜롭다. 비 오는 날 질척거리는 땅을 어떤 신발로 지나갔을까? 여유가 있는 이라면 '결은신'을 신었을 것이다. 결은신은 기름을 바른 가죽신이다. 가죽신을 구할 여력이 없다면 '나막신'이라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통 사람들은 비를 그냥 맞고 다닌다. 방수 처리를 해야 하는 우비는 실제로 귀했다.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해를 가리는 양산을 만들었지만 비를 피할 우산을 보편화시킨 역사는 길지 않은 것으로도 알 만하다. 최근 드라마 '슈룹'이 인기를 끌면서, 우산의 옛말이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극중에서 우산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한없는 보호를 그려낸다. 극중의 왕비는 아들들을 향한 세상의 거친 공격을 온전히 받아내면서 자식을 보호한다. 왕비의 우산은 그 권력만큼 아주 화려하다. 그리고 그 곁에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상궁과 나인들이 서 있다.

한때는 귀한 몸이었을 우산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와 지하철 분실물 보관소에 가장 흔한 것이 우산이란다. 지금 우리는 신분에 관계없이 우산을 쓸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우리의 일상을 이어주는 이 작은 우산에 고마움을 보낸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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