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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34명 데려가 놓고 생색은"...난민 수용 놓고 이탈리아·프랑스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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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34명 데려가 놓고 생색은"...난민 수용 놓고 이탈리아·프랑스 '전면전'

입력
2022.11.11 2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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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거부로 해상 떠돌던 234명 프랑스로
프랑스 "부끄러운 일" 이탈리아 맹비난
이탈리아 "프랑스, 겉으로만 연대" 맞대응

'오션 바이킹'호에 탄 난민들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서 접근해 오는 프랑스 해안경비대를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오션 바이킹'호에 탄 난민들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서 접근해 오는 프랑스 해안경비대를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난민 구조선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는 부끄러운 줄 알라."(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

"프랑스가 데려간 난민은 고작 234명뿐이다. 겉으로만 유럽의 연대를 말하지 마라."(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난민 구조선 입항 문제를 놓고 서로를 비난하는 등 외교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번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 난민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 "이탈리아가 거부한 구조선, 우리가 받겠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서 3주 가까이 떠돌던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가 11일 (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군항 툴롱에 정박했다. 프랑스 정부가 '오션 바이킹'에 탑승한 이주민 234명을 받아들이기로 결단하면서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지중해 중부에서 구조한 '오션 바이킹'은 여러 차례 이탈리아에 구조 요청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구조를 거부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를 두고 "이탈리아가 책임감 있는 유럽 국가처럼 행동하지 않기로 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작심하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로부터 이주민 3,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의 백지화도 선언했다. 앞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12개 EU 회원국들은 지난 6월 난민을 분산 수용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주로 이탈리아와 그리스, 튀르키예를 통해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을 각국이 나눠 받기 위해서다. 고통 분담 차원이다.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지난 6일 '오션 바이킹'호 갑판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지난 6일 '오션 바이킹'호 갑판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우리가 유럽의 난민 캠프냐?"

이탈리아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는 올해에만 이주민 9만 명을 수용했고, 프랑스가 데려간 건 234명뿐"이라며 "왜 다른 나라들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것을 이탈리아만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로 들어온 난민 8만8,000명 중 극히 일부인 164명만이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2015년 시리아 난민의 대규모 유입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유럽에서 난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이주민의 유럽행 관문인 이탈리아는 '유럽의 난민 캠프'가 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꼭 100년 만에 나온 첫 극우 성향 지도자인 멜로니 총리는 강경한 반이민 노선을 내세워 집권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신임 이탈리아형제들(FdI) 하원의원 모임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신임 이탈리아형제들(FdI) 하원의원 모임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이번엔 프랑스가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이탈리아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팼다. 민감한 난민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양국이 물밑에서 외교적 협의를 하는 가운데 멜로니 총리가 먼저 프랑스의 이주민 수용을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양국 간 이번 갈등이 4년 전 마크롱 대통령과 당시 난민을 거부했던 포퓰리스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갈등이 촉발한 EU 내 '난민 갈등'을 재현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각국 간 눈치게임과 난민 떠넘기기는 '하나의 유럽'을 저해하는 고질적 난제다. 그러는 사이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이주민은 올해만 1,891명(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집계)에 달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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