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해당 안 된다" 판단
증거 왜곡, 자진월북 결과 발표 지시 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을 받는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구속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석방된다. 앞서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법원에 구속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한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그는 수감된 지 20여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원정숙 정덕수 최병률)는 전날 김 전 청장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한 뒤 11일 인용 결정했다. 구속적부심은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법원에 구속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절차다.
법원은 김 전 청장이 범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또는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은 서 전 장관과 같이 보증금으로 현금 1억 원을 납부하고, 주거지에 거주하면서 3일 이상 여행·출국시 신고해야 한다. 법원·검사가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해야 하며, 도망하거나 증거인멸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조건도 붙었다.
김 전 청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경위를 수사한 해경의 총책임자로 미확인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를 은폐하고, 표류 예측 실험·분석 결과 등을 왜곡해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월북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결과 발표 당시 이대준씨의 도박 채무 관련 언급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도 있다.
감사원은 앞서 김 전 청장이 1차 결과 발표 뒤 5일 만에 수사팀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북 관련 2차 발표를 하도록 했다고 봤다. 숨진 이씨가 '한자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표에서 누락한 정황도 나왔다. 당시 김 전 청장이 보고를 받은 후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했다는 진술 내용도 공개됐다.
김 전 청장은 지난달 22일 구속된 뒤 이달 6일 부친상으로 일시 석방됐다가, 이날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함께 구속된 서 전 장관도 앞서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8일 풀려났다.
검찰은 법원이 구속 이후 추가 수사 과정에서의 사정 변경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향후 수사절차에 따라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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