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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탄압' 탈레반, 아프간 여성에 공원 이용도 금지

입력
2022.11.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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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부 "성별 분리 명령 지켜지지 않아서"
탈레반 집권 후 여성 학업·취업·여행 제한

지난 7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비누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있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지난 7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비누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있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이번엔 여성의 공원과 체육관 이용을 금지했다. 공공장소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였다는 황당한 이유에서다.

10일(현지시간) 아프간 권선징악부의 모하메드 아케프 모하제르 대변인은 AFP통신에 지난 7일부터 여성의 공원과 유원지, 체육관 이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지난 15개월간 노력해왔지만, 많은 장소에서 (성별 분리)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여성과 남성이 함께 있었고, 히잡 착용도 지켜지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재점령한 후 여성 인권을 탄압해왔다. 여학생의 중·고등 교육을 금지하고 여성의 취업을 학교와 병원 등 소수 기관으로 제한했다. 공공장소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쓰도록 강제했다. 등교와 취직이 거의 금지된 상황에서 공원과 체육관은 아프간 여성들이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외 장소 중 하나였다.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 놀러 나왔다 쫓겨난 대학생 라이하나는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분명 (여성은) 외출하거나 공원에 갈 수 있다"라며 "이 국가에서 아무런 자유가 없으면 여기에 사는 의미가 대체 뭐냐"고 통신에 말했다. 공원 근처 음식점에 앉아있던 여성 와히다도 "학교도 못 가고 일도 못 하는데 최소한 놀 수 있는 곳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원에서 혼자 놀고 있는 자신의 아이를 창 밖으로 지켜봤다.

카불의 유명 놀이공원인 '자자이 파크'는 이번 조치로 영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보통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찾는데 여성의 출입이 금지돼 고객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놀이공원 설립자인 하빕 잔 자자이는 "1,100만 달러(약 151억 원)를 투자한 이 공원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런 칙령 때문에 외국 기관과 해외에 사는 아프간인들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앨리슨 데이비디언 사무차장은 비난 성명을 냈다. 그는 "이 조치는 탈레반이 여성의 공공 생활을 지속적·체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또 다른 예시"라며 "탈레반이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회복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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