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전집 LP 재발매하는 가수 김창완,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 인터뷰

가수 김창완(가운데)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산울림 LP 재발매에 참여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왼쪽),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와 함께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산울림 1집 녹음하러 스튜디오에 처음 들어갔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세상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흑석동 집에서 연주하다 스튜디오에서 연주하니 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죠. 그 소리를 녹음하고 나서 수십 년 만에 처음 다시 들었어요.”
산울림 앨범 전집 LP 재발매를 위해 원음이 담겨 있는 마스터 테이프를 다시 꺼내 들은 김창완은 ‘아니 벌써’를 연주하던 스물세 살 청년으로 돌아갔다. 집에 보관하고 있던 산울림 릴테이프 보존 상태가 좋아 음원 손실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산울림 1, 3집 LP 재발매에 앞서 지난달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김창완은 새로 매만진 LP의 소리에 대해 “이전까지 씌워져 있던 담요를 걷어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원음의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를 맡은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와 재발매 프로젝트를 이끈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가 함께했다. 한국인 최초 미국 그래미상 2회 수상자로 유명한 황 대표는 김창완밴드의 2집이자 산울림 리메이크 앨범 ‘분홍굴착기’(2012) 녹음을 맡았고, 대중음악평론가 겸 번역가인 김 대표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 산울림 앨범 전집 CD 박스세트를 기획하며 김창완과 인연을 맺었다.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산울림의 위대한 유산을 제대로 남겨보자”는 데 의기투합한 박종명 뮤직버스 대표와 김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CD에 담긴 음원이면 더 이상 손볼 필요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LP 재발매에 무관심했던 김창완도 벽장 안에 잠들어 있던 마스터 테이프를 다시 꺼냈다.

지난달 재발매된 산울림 1집 커버. 뮤직버스 제공
리마스터는 소리의 질감이나 모양새를 다시 잡는 작업이지만 황 대표는 마스터 테이프에 담긴 소리를 고스란히 옮기는 데 집중했다고 힌다. “릴테이프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으면 손상되기 마련인데 놀라울 만큼 완벽한 상태로 보관돼 있었어요. 그 테이프에 담긴 음원을 디지털로 옮겨야 하는데 이번 산울림 LP는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방식 중 PCM이 아닌 DSD 방식을 썼어요. 아날로그 테이프에 담긴 음원과 거의 같은 상태로 옮기는 방식이죠. 아주 약간의 음원 보정 외엔 손을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작업했습니다.”
LP 발매 후 팬들 사이에선 40여 년 전 나왔던 초판 LP의 소리를 뛰어넘는 음질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소리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흐릿하게 뭉개졌던 악기 소리와 목소리가 훨씬 또렷하게 들린다는 평가다. 릴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기계가 없어서 처음 녹음한 음원을 들을 수 없었던 김창완은 “리마스터 음원을 듣고 진짜로 놀랐다”면서 “초판의 소리가 좋지 않은 게 원래 녹음이 그렇게 됐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LP에 옮기는 과정에서 바뀐 거란 걸 이제야 알게 됐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소리보다 조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다를 만큼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황 대표 덕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1, 3집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13개 앨범이 모두 LP로 발매된다. 산울림의 동요 앨범 4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도 LP로 다시 나온다.
“40여 년 전 소리를 다시 들으니 내가 과거로 소환당한 느낌입니다.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이 꿈에서 인생을 낭비한 죄를 선고받듯이 취조당하는 기분이에요. 그냥 눙치고 무시하고 내던져버린 내 인생의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오래전 팬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산울림을 좋아해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이렇게 세대가 이어지는 사랑을 내가 받는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느끼곤 합니다.”(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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