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감사 ·사외이사도 업계 무관 인사 선임
전형적인 보은성 낙하산 인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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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전력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A씨 자기소개서 발췌.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원 넘는 적자를 내는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 비상임이사에 전력업계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도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면서 공공기관을 혁신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전 비상임이사 A(64)씨의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A씨는 7월 지원 동기와 경력 및 업적 등을 A4용지 두 장 분량으로 적어 냈다.
해당 글에는 전력업계 이력은 단 한 줄도 없고, 마지막 줄에 '공직생활 경험과 나주시의원, 나주시의장, 국민의힘 조직위원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익힌 의사소통능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비전인 Smart Energy Creator를 이루기 위해 중앙당과 정부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적혀 있다.
나머지는 그의 전남도청과 나주시청 등에서 일한 공직 이력과 2007~2014년 나주시의회 의원·의장 경력,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국민의힘 당직을 거친 얘기로 채워졌다.
특히, '공직생활 과정에서 배우고 스스로 수양하고 고뇌하며 정치라는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거나 '당시의 저는 정치의 애송이였다' 등 한전 이사직과는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이 곳곳에 담겨 있다.
한전 운영방침 및 경영혁신 계획을 포함해 주요 사업계획, 추진 전략, 추진 일정 등을 기술해야 하는 '직무수행계획서'에는 한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베껴 옮겼을 뿐, 한전 이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원서에도 '관련분야 논문'이나 '관련분야 국가발전 기여 업적' 부분은 비어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적자 40조 원 전망까지 나오는 한전 이사로 전문성은커녕 관련 경력조차 없는 사람이 뽑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연혜·정용기 가스·난방공사 사장 내정자도 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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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나 감사 등 낙하산 보은 인사 논란이 인 건 한전만이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외이사직에 도전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전력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 중인 숙박업소의 에어컨 필터 청소 등을 하고 있다"고 써내는 등 부족한 전문성을 드러낸 B씨는 자격 논란이 커지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상임감사로 선임된 C씨는 올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자기소개서에 한 작가의 글을 표절해 적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C씨 역시 2002년부터 2년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지역구 사무국장을 지냈을 뿐, 원자력 발전이나 에너지업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으로 각각 내정된 최연혜 전 의원과 정용기 전 의원 역시 에너지 등 해당 분야 관련성이 없다.
김정호 의원은 "전문가를 채용해도 모자랄 판에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한 것은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가 정작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인사로 한전의 경영 부담을 늘린 격"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시대의 전력 산업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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