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린피스 "현대차 탈내연차 계획 불충분... 살아남으려면 전기차 전환 서둘러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린피스 "현대차 탈내연차 계획 불충분... 살아남으려면 전기차 전환 서둘러야"

입력
2022.11.17 04:30
23면
0 0

그린피스 벤자민 스테판 박사 인터뷰
"파리기후협정 1.5도 한계치 맞추려면
현대차, 2030년 내연차 생산 중단해야
기업-정부-노조 함께 전기차 전환 이뤄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0년 9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에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0년 9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에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사라진 코닥과 노키아처럼, 자동차 산업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겁니다. 현대차·기아가 살아남으려면 빠른 전기차 전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린피스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일침을 가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탈내연기관차 시나리오가 너무 느슨해 기대치보다 두 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빠른 전환을 위해 정부가 서둘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캠페이너인 벤자민 스테판 박사는 지난 8일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차의 탈내연차 계획은 너무 느리고 부족하다"며 "전기차 전환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린피스가 내놓은 '내연기관 거품(The Internal Combustion Engine Bubble)'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이다.

"파리협정 '1.5도' 시나리오 맞추려면 적어도 2030년 내연차 생산 중단해야"

그린피스 독일 캠페이너 벤자민 스테판 박사.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국제기후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정부 정책 자문을 거쳐 2017년부터 그린피스 독일사무소에서 교통·기후변화 분야를 맡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독일 캠페이너 벤자민 스테판 박사.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국제기후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정부 정책 자문을 거쳐 2017년부터 그린피스 독일사무소에서 교통·기후변화 분야를 맡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스테판 박사는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을 지키기 위해선 늦어도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95개국이 서명한 이 협정에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한계'를 67% 가능성으로 지키기 위해 2050년까지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4,000억 톤이다.

스테판 박사와 스벤 테스크 호주 시드니공대 교수가 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승용차와 5톤 이하 트럭을 포함하는 '경량차(LDV)'에 허락된 탄소배출량은 500억~550억 톤이었다. 이를 내연차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3억1,500만 대 수준이다. 지난해 전 세계 LDV 판매량이 8,100만 대였으니 4, 5년여의 시간만 남은 셈이다.

전 세계 내연기관차 판매량 예측치(파란 막대)와 파리협정 1.5도 조건을 맞추기 위한 판매량 한계치(초록선). 1.5도 한계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가 2030년 이후 내연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그린피스 제공

전 세계 내연기관차 판매량 예측치(파란 막대)와 파리협정 1.5도 조건을 맞추기 위한 판매량 한계치(초록선). 1.5도 한계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가 2030년 이후 내연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그린피스 제공

다만 4대 자동차 제조사(폭스바겐, 도요타, 현대차·기아, GM)가 향후 생산할 것으로 추산되는 내연차 규모가 이를 훌쩍 넘는 게 문제다. 각 회사가 발표한 전기차 전환 계획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2040년까지 생산될 내연차는 7억1,200만 대에 달했다. 전기차 전환이 가장 느린 도요타가 한계치의 2.6배를, 현대차·기아는 그 뒤를 이어 한계치의 2.4배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판 박사는 "현대차는 전기차 모델이 6개 있고 투자도 늘리고 있어 도요타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면서도 "유럽연합(EU)이 2035년 탈내연차를 선언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이 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2030년까지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현대차·기아는 2040년 내연차 국내 판매를 종료하고 2045년엔 전 세계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판매 비중은 15% 수준이라 사실상 완전한 전기차 전환 시점은 2045년이다.

"기업과 정부, 노조 함께 전환 고민해야... 친환경 에너지 확대 중요"

올해 5월 폭스바겐 연례 총회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의 한 건물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폭스바겐 자동차를 올려놓은 저울 반대쪽에 올라가 '미래에 대한 권리'라는 내용의 배너를 들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폭스바겐이 환경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독일 법원에 고발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올해 5월 폭스바겐 연례 총회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의 한 건물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폭스바겐 자동차를 올려놓은 저울 반대쪽에 올라가 '미래에 대한 권리'라는 내용의 배너를 들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폭스바겐이 환경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독일 법원에 고발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국내에서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반발이 크다. 특히 지난해 강화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발표된 후 전기차 전환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독일 출신인 스테판 박사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만한 슈투트가르트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다"면서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노동조합, 시민단체까지 머리를 맞대고 전기차 전환을 논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폭스바겐 전기차 공정 전환 과정에서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일자리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고 안정화된 사례가 있다"며 "한국에서도 그런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전환에 따라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해지고, 오히려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이 증가하면서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스테판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100% 전환이 효율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배터리 충전에 석탄 발전이 사용되더라도 차량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휘발유나 경유 차량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전환과 전력망의 탈탄소화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나아갈 방향은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차를 충전해 다닐 수 있는, '탄소배출 없는 경제'다. 스테판 박사는 "한국은 유럽에 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적은 편"이라며 "전기차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고유가 시대 국가 경제에도 이득이 되는 선택으로, 정부와 기업이 발을 맞춰 빠르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