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신냉전의 무기: ③ 희소금속 대응전략]
김연규 한양대 교수가 보는 '탈중국' 이후 과제
"정부가 지정한 모든 희소금속 37종에서, 앞으로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는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국제 희소금속 공급망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20년 넘게 지정학적인 변동 요인과 자원 문제를 연계해 연구 중인 국제정치학자다.
김 교수는 현재 희소금속 생산이 일부 지역과 특정 국가에 쏠려 있다는 점(편재성)을 수급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았다.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상당수 광물 생산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외의 나라를 중심으로 희소금속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공급선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올해와 내년 한국 정부와 기업이 특별히 수급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광물자원은 무엇인가?"
"정부가 지정한 희소금속이 총 37종이다. 여기엔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원소가 대부분 포함됐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희소금속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작년 기준 약 2억 4,000만 달러를 수입한 마그네슘의 수급이 문제다. 차량 경량화의 필수재로, 국내 마그네슘 물량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80%대다. 그런데 작년 한 해에만 중국산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 마그네슘 같은 희소금속의 글로벌 생산 편재성이다. 중국에서만 87%가 생산된다."
-희소금속의 특정국가 편재성은 얼마나 심각한가?
"생산의 쏠림 현상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의 희소금속 정책 전략 제1법칙이다. 중국의 글로벌 생산 편재성이 가장 심각하다. 유럽연합(EU) 보고서를 통해 2017년 기준 핵심광물 29종의 생산 비중을 따져보니 중국에 생산이 집중된(생산 편재성 50%이상) 광종이 17종이고, 이들 광종은적으로 평균 약 70%가 중국에서만 채굴된다."
-중국의 희소금속 편재성이 심해진 원인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미국이 희소금속 생산의 중심이었다고 하는데.
"맞다. 1970년대까지는 미국, 호주 등 서방국가들이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 생산과 공급을 장악했다. 그런데 희토류를 예로 들면, 1980년대부터 이 구도가 조금씩 변한다. 희토류 정제 중 나오는 토륨 등 방사능 물질이 있는데, 이게 대대적인 환경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이를 생산하던 미국 광산회사는 소송도 당했다.
특히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의 환경보호 기조가 미국 내 희토류 생산 퇴조 움직임으로 이어져, 미국에서 많은 희토류 광산들이 폐쇄됐다. 1910년 설립 이래 미국의 광산활동과 광물 연구를 이끌던 미국 광산청(Bureau of Mines)도 1996년에 문을 닫았다.
미국이 희토류에서 손을 떼던 비슷한 시기에 중국이 움직였다. 1992년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지방 경제시찰 현장에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중국 내 희토류 광산부터 가공품 제조 및 최종 소비에 이르는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 했다. 완성까지 약 30년이 걸린, 매우 치밀한 움직임의 결과였다."
-지금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 외에서 공급선을 찾고자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평가한다면"
"공급망 재편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 보고서’를 만드는 등 미국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희소금속들의 생산 기지가 지나치게 중국에 몰려 있었고, 코로나 사태와 중국의 자원무기화 정책 등으로 현재 공급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호주나 캐나다에서 희소금속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중국 쏠림’을 정상적 수준으로 다변화 해 균형점을 찾자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성과를 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산업 수요가 큰 핵심 광물의 경우 원광(原鑛)의 편재성 뿐 아니라, 가공기지의 편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희소금속은 복잡한 정·제련이 필요한데, 전세계 희소금속 가공시설 80% 이상이 중국에 모여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원광을 채굴하더라도 가공을 위해서는 중국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2차전지(충전 가능한 배터리)의 음극재(전지의 음극을 구성하는 소재)의 생산 비중은 중국이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희소금속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 기존에 구축된 공급 채널은 장기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옳은가?
"그렇지 않다. 핵심은 현재의 공급망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균형점 회복을 위한 ‘출구전략’을 세우자는 것이지, 기존에 중국 등과 이미 형성한 채널을 경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 우리 민간기업들이 중국 자원기업들과 맺어 놓은 계약이 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화유코발트의 배터리 합작법인 같은 것인데, 이러한 틀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 정부도 만날 때마다 공급망 협력을 꼭 대화 의제에 넣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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