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한국과학창의재단(창의재단)의 부정청탁 의혹을 신고한 뒤 해고된 고위 간부에게 공익신고자 보호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지난달 A씨가 권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보호조처 기각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재단 고위급 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간의 부정청탁 정황을 포착한 뒤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재단과 과기부는 자체 감사를 진행해 두 사람을 징계했다.
하지만 A씨의 채용비리 의혹이 담긴 글이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과기부는 A씨를 감사한 뒤 재단에 해고할 것을 요구했다. △근무지 무단이탈 후 외부강의 35회 수행 △하급자 통해 수습직원 부당해고 시도 등 징계 사유만 7가지였다. A씨가 권익위에 신고했던 고위급 연구원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정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과기부의 보복 감사"라며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처를 요청했지만, 권익위는 "부정청탁 신고와 해고 요구 사이의 인과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과기부가 신고자를 A씨로 추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고를 요구했다고 본 것이다. 재단은 2020년 12월 A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과기부가 부정청탁 신고자가 A씨라는 사실을 알고 감사를 진행한 뒤 해고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권익위의 보호조처 기각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권익위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는 권익위가 과기부와 재단 등을 상대로 보호조처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부정청탁 관련 내용 등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과기부 감사가 '표적 감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판부는 "과기부 감사관들의 회유가 있었다"는 재단 직원들 진술 등을 토대로 "과기부가 A씨를 포함한 재단 임직원에게 의도적으로 불이익을 주려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A씨가 창의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A씨가 언론에 부정청탁 감사 관련 제보를 하자, 과기부가 이를 괘씸하게 여겨 무리하게 징계했다"며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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