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대형마트 총격으로 10명 사상
WP "총격범죄 일상화로 집단 트라우마"
'위험인물 총기 압류법' 있지만 작동 안 해
바이든, 추가 규제 강조... "더 많은 조처를"
미국의 악성 고질병인 '총기 난사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의 대형마트에서 총기 난사로 6명이 숨졌다. 최근 열흘간 세 번째 사고이다. 올해 6월 미 의회가 30년 만에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은 집단적 트라우마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학교, 클럽, 마트…일상 파고든 총격 범죄
23일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쯤 버지니아 체서피크의 대형마트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매장 직원 등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총격범은 2010년부터 이 마트에서 근무했던 직원이다. 그는 직원 휴게실에 들어가 총을 난사한 후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버지니아대에서도 이달 13일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학부생이 학교 주차장에서 미식축구팀 선수 3명을 권총으로 쐈고, 모두 사망했다. 19일엔 콜로라도주 엘패소카운티의 한 성소수자 클럽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5명이 희생되고 25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1급살인 및 증오·상해 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학교, 클럽, 대형마트 등 생활 현장에서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총격 범죄가 일상화되는 것에 대한 무력감과 집단적 트라우마도 보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심리상담사들을 인용해 "많은 사람들이 총격 범죄가 삶의 일부가 된 것에 대해 두려움과 분노, 체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30년 만에 총기 규제 강화했지만…
올해 6월 미국 의회는 1993년 '돌격소총 금지법' 제정 이후 30년 만에 총기 규제를 강화했다. 초등학생 19명이 희생된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격 참사가 결정적 계기였다.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가 강화됐고, 총기 대리구매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위험인물로 판단한 사람의 총기를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레드 플래그법'을 채택하는 주엔 장려금도 준다.
그러나 총격 사건 건수는 꺾이지 않았다. 올해 발생한 사고는 607건으로,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총기 사고가 발생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있는 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표 사례가 콜로라도 성소수자 클럽 총격범이다. 올드리치는 지난해 사제폭탄 등으로 가족을 협박해 체포된 전력이 있지만, 가족이나 지역 경찰 등이 총기 압류를 법원에 신청하지 않았다. 레드 플래그법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레드 플래그법 입법을 추진한 콜 위스트 전 콜로라도 하원의원은 "이 사건은 법이 언제 적용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였다"고 일침했다.
버지니아대 총격범도 지난해 총기 휴대 관련 법령을 어긴 전적이 있지만, 총기 압류 신청은 없었다.
느슨한 총기 규제법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올해 통과된 총기 규제 강화 법안엔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빠졌다. 버지니아를 비롯해 25개 주는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3일 "올해 나는 중요한 총기 개혁안에 서명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우린 더 많은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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