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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추모공간에 인색한 사회

입력
2022.11.0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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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꽃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꽃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9ㆍ11테러로 무너져 내린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조성된 ‘9ㆍ11메모리얼 파크’엔 서구인들의 생사관이 투영돼 있다. 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단계이므로 삶 가까이에서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부재(不在)의 반추’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이 공간은 희생자 2,977명 이름이 새겨진 청동 명판과 깊이 9m의 쌍둥이 풀(pool), 넓은 녹지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오가는 시민들의 추모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씨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유독 추모시설을 흉한 곳, 무서운 곳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참사 흔적을 지우느라 늘 바쁘다.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희생자 위령탑은 참사 현장에서 6㎞나 떨어진 양재시민의 숲 한구석에 서 있다. 참사 직후 삼풍백화점 자리에 추모공원을 조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결국 757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섰다. 이 자리에 작은 추모비라도 세우고 싶었던 유족들의 바람은 ‘땅값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묵살됐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32명 사망) 희생자 위령비도 주변 부지가 3조각으로 분절돼 도보로는 접근할 수 없다. 유치원생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현장에는 추모비 하나 없다. 1971년 20명이 사망한 전북 남원 수학여행 열차 추돌사고 희생자 추모지도 유원지 개발 사업으로 존폐 기로다.

□ 세월호 참사 추모공간은 진상규명이 장기화하면서 정쟁에 휘말렸다. 광화문광장 공사로 철거됐던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9년 세종로 서울시의회 앞으로 이전했으나 철거를 둘러싸고 유족 측과 서울시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세월호가 불편한 국민의힘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월호 추모공간은 경기 안산 화랑공원에 2024년 들어선다.

□ 156명의 희생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의 추모비, 추모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참사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국화꽃 다발을 헌화해 꾸민 이태원역 1번 출구가 1순위다. 하지만 사망자냐 희생자냐, 사고냐 참사냐를 놓고 진영싸움을 벌이는 요즘의 살풍경한 모습을 보면 이 문제로 또 한번 우리 사회가 요동치지 않을까 큰 걱정이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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