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스타트업 '프리윌린' 권기성 대표
데이터·AI 기술에도 수학적 사고 필요
수준에 맞춘 개별화된 수학교육 해야
정부가 8월 발표한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 방안'은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보다 낮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 △디지털 교육 기회 등의 척도에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재에게 필수적인 디지털 문해력(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명확한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능력)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려면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 양산부터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수준별 수학문제를 생산하는 수학 문제은행 서비스 '매쓰플랫'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프리윌린의 권기성 대표다.
수학과 디지털 문해력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에? 권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풀었다.
-흔히들 고급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수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실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수학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보통 코딩을 배운다,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하면 컴퓨터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러나 프로그래밍은 수학처럼 논리력과 문제 해결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아주 얕은 수준의 프로그램 개발은 수학적 사고가 요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수학 지식이 필수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배우려면 미분과 선형대수가 기본이 돼야 합니다."
-한국에는 왜 수포자가 이렇게 많은 걸까요?
"수학은 위계가 강한 교과목이에요. 배워야 할 순서가 있고, 단원 구분이 명확하죠. 그때 그때 학생의 학업 수준을 분석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들이 제시돼야 하는데, 현재 공교육에선 이런 개별화 교육이 안 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릴 때 수학을 한번 포기하면 나머지 시간을 전부 버리게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거죠. 대략 따져보니 한국 청소년들은 초·중·고에서 12년 동안 약 2,000시간 동안 수학을 배우게 돼요. 분수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때가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분수령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 이때 수학 공부를 놓치면 이후 나머지 약 1,800시간은 수업시간에 앉아만 있게 되는 거죠."
-수학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현재 수학 공교육에서는 두 가지 관점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①더 쉽게 배워야 한다는 것과 ②더 수준 높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그동안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수포자를 줄이기 위해 수학 교과 과정 범위를 축소해 왔는데, 이렇게 되면 이공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생겨요. 최선은 ①번과 ②번을 모두 성공시키는 건데, 현재 획일화된 교육 방식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학생에게 맞춘 개별화된 교육으로 풀 수 있어요."
-교육에 정보통신 기술(IT)을 가미한 에듀테크 방식을 공교육에도 접목할 수 있나요?
"영국 사례를 보면 '서드 스페이스 러닝'(TSL)이라는 온라인 과외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도입했어요. 월 10만원 정도 비용으로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개별적으로 진단한 뒤 이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일주일에 1회 수준 높은 일대 일 화상 과외를 하는 식이죠. 저희도 지난해부터 부산교육청의 인공지능 수학 학습프로그램 도입 사업에 참여해 100여개 고등학교에 문제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은 문제은행을 통해 학습 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에게는 성취도에 따라 연습용 문제들이 추가로 제공되는 식이지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서비스가 공교육에도 접목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문호가 열릴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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