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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장 입건, 헌신에 대한 모멸

입력
2022.11.08 18:00
수정
2022.11.08 21: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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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와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와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강원 고성·속초 산불은 잘 대응한 재난으로 기억된다.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등에 비해 조기 진화된 것은 지휘부가 신속히 판단해 전국 소방서를 동원한 덕분이었다. 시민들은 6시간 넘게 먼 길을 달려온 전남 해남 소방차를 보며 국가를 실감했고, 검댕이 묻은 채 지쳐 쓰러진 소방관의 모습에서 헌신을 느꼈다. 이후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전환 여론이 비등해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38만 명이나 동의했다.

□ 전국 동원을 뜻하는 대응 3단계는 이태원 참사 때도 발동됐다.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 119 신고 접수 후 10시 42분 현장 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이후 약 1시간에 걸쳐 대응 수위가 1, 2, 3단계로 격상됐다. 142대의 구급차가 출동했다. 상황 전파도 소방청이 가장 부지런했다. 소방청 119상황실이 밤 10시 28분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 29분 용산구청 상황실, 48분 행안부 상황실,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보고했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먼저(밤 11시 1분) 닿았다. 경찰과 지자체, 행안부의 보고-지휘 시스템은 먹통이라 할 만했다.

□ 꽃다운 156명의 목숨을 생각하면 물론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7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것은 납득이 어렵다.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니고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고 온 용산소방서 구급차가 종로소방서 구급차보다 늦게 도착한 것 등이 입건 이유라니 황당하다. 대통령실 이전후 2, 3분기 용산서 교통과 초과근무시간이 전년보다 1만 시간이나 늘었다고 하니 일선 경찰도 억울한 게 있을 듯하다.

□ 소설가 김훈은 소방차가 출동할 때면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기도했다(‘라면을 끓이며’)고 썼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구조받을 권리가 있고 또 인간이기 때문에 재난에 처한 인간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목숨을 걸고 목숨을 구하는 가장 숭고한 직업이다. 소방관·구조대가 더 구하지 못해 형사 처벌한다는 무지막지함은 그들의 헌신을 모멸하는 일이다. 그들에게 상처를 남길까 걱정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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