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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미래를 살아갈 한국 청년이여, 공감력을 키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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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미래를 살아갈 한국 청년이여, 공감력을 키워 달라”

입력
2022.11.07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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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세계적인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를 살아갈 청년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받아들이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공감 능력과 의식을 키워야 합니다.”

세계적 석학 제러미 리프킨(77)이 한국 청년을 향해 공감력을 당부했다. 최근 신간 ‘회복력 시대’(민음사) 출간을 맞아 국내 언론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다. 그는 화석연료를 땔감으로 질주하는 효율성과 진보의 시대는 수명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가 인류 문명에 ‘여섯 번째 멸종’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부와 성공을 향한 맹신을 버리고 자연과 공존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전히 능력주의와 학벌에 대한 믿음, 성공과 투자에 대한 욕망이 판치는 한국 사회가 공감과 생명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리프킨의 대답은 ‘예스’다.

리프킨은 직설적으로 사고의 변화를 호소했다. 그는 “인간은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인 줄 알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 자연의 힘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며 지구의 운명에 인간은 그 어떠한 영향력도 없다”고 했다.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자연을 인간에 적응시키며 멸종을 향해 내달렸다. 이제는 다시 인간이 자연에, 더 정교하게 적응할 차례다. 사실 눈앞에 펼쳐지는 기후재앙, 경제혼란, 양극화를 보면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연을 착취하는 지금의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리프킨은 “지금껏 세상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직 진보, 효율, 자연의 상품화와 추출뿐이었다”며 “이제는 그 누구도 효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ㆍ민음사ㆍ432쪽ㆍ2만6,000원

제러미 리프킨 지음ㆍ민음사ㆍ432쪽ㆍ2만6,000원


리프킨이 말하는 ‘회복력 시대’는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수직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대의민주주의’에서 ‘분산형 동료시민정치’로 변화한 사회다. 이를 위해선 공감력과 생명애를 확장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리프킨은 청년들에게 “이 지구의 일원으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영향력 있는 경제ㆍ사회 사상가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의 책을 통해 미래를 가늠할 키워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왔다. 이번 책도 글로벌 경제, 사회, 기후변화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했다. 그가 봤을 때 회복력 사회를 향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래 직업은 모두 3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창출될 것이다. 태양광, 풍력 일자리만 하더라도 화석연료, 원자력 발전 분야 일자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 다음 단계인 ‘회복력의 기적’의 주역도 될 수 있다. 리프킨은 “한국은 오랜 기간 주변 강국의 지배를 겪으며 주변 환경에 대한 ‘반응성’이 민감해졌다”며 “주변 요소들의 연결고리를 관찰하는 능력,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며 강인한 문화적 유전자를 가지게 됐다. 그 능력이 협력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청년을 향해서는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후위기를 선언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했다. 디지털과 현실 사이 균형을 이루라는 조언도 했다.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나 같은 늙은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도 없다. 여러분은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도 모두가 놀랐다.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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