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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물' 누가 키워야 하나... 신구 권력 감정싸움 번진 풍산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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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물' 누가 키워야 하나... 신구 권력 감정싸움 번진 풍산개 논란

입력
2022.11.07 16:10
수정
2022.11.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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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측, '김정은의 선물' 풍산개 국가에 반환 협의 요청
정부 위탁으로 돌봤지만 예산 지원 늦어지며 부담 된 듯
대통령기록물 관리 책임 공방에 신구 권력 감정싸움

문재인 대통령이 SNS를 통해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가 낳은 새끼들을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SNS를 통해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가 낳은 새끼들을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정치권에서 때아닌 '풍산개 파양'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아 경남 양산 사저에서 직접 키우던 풍산개 두마리를 국가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사실이 7일 알려지면서다.

국민의힘은 '자발적 의지로 데려가놓고 왜 이제 와서 돌려보내느냐'며 이른바 '파양 책임론'을 띄우고 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애당초 입양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키웠으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돌려보내는 것이라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신구(新舊) 권력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이번에 '반환'이 논의된 풍산개는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다.

'곰이'와 '송강이'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부부에게 풍산개 한 쌍의 사진을 보여주며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후 우리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인수했다. 이후 청와대에서 지내던 암컷 '곰이'와 문 전 대통령이 기르던 풍산개 수컷 '마루' 사이에서 새끼 7마리가 태어났고 그중 한 마리 '다운이'까지 총 3마리가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함께 경남 양산 자택으로 내려갔다. 문 전 대통령이 키워온 풍산개 마루와 토리, 유기묘 찡찡이와 함께였다.

양산은 왜 풍산개 돌려보내나... '정부 예산 지원 미뤄지고 있는 탓'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로라 비커 진행자에게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로라 비커 진행자에게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전 대통령 측이 '송강이'와 '곰이'를 국가에 돌려보내려 하는 데는 매달 250만 원에 이르는 '개 관리비'를 정부가 지원키로 약속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풍산개 반환에 대한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입장'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반환을 요청하게 된 전후사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받은 선물은 생물·무생물, 동물·식물 등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대통령 퇴임 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송강이'와 '곰이'는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리하는 게 맞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통령 측은 퇴임 전까지만 해도 '개인이 아닌 국가원수 자격으로 받았기 때문에 퇴임 후에 자택으로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동식물을 관리·사육할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고, 키우던 주인과 사는 것이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문 전 대통령 측 오종식 비서관과 정부 측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이 작성한 '곰이와 송강이 관련 위탁협약서'로 남겨졌다.

해당 협약서에 따르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선물로 받은 풍산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부는 풍산개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행안부는 위탁 대상의 사육과 관리에 필요한 물품·비용을 일반적인 위탁 기준에 따라 합의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원 대상에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송강이'와 '곰이'뿐 아니라, 곰이의 새끼인 '다운이'도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이 재임 중 받은 선물은 국가기록물, '국가 관리'가 대원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SNS에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의견에 따라 이름을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고 밝혔다. '곰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SNS에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의견에 따라 이름을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고 밝혔다. '곰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다. 청와대 제공. 뉴스1

'송강이'와 '곰이'의 '양산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허락'하에 이뤄진 것이기도 했다.

지난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거취'를 두고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준 거라 당선인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국가로부터 위탁을 받아 키워도 되는지 의사를 물었고, 윤 당선인은 "저에게 (풍산개들을) 주신다고 하면 잘 키우겠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정을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것이 선물 취지에 맞지 않느냐"고 언급하며 문 전 대통령이 계속 맡아주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기록물이 개인에게 위탁되는 경우는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정부는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도 정비했다. 지난 6월 대통령 선물 중 동식물의 경우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 관리하고,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주인'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전직 대통령도 기관의 범주에 포함되면서 문 전 대통령도 '자격'을 얻게 됐다.

그러나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문 전 대통령 퇴임 6개월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 관리비' 예산 지원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문 전 대통령 측에서 '반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도 문 전 대통령 소유인 풍산개 마루와 토리, 유기묘 찡찡이의 사료와 약값은 사비로 댔고, 송강이와 곰이의 비용은 청와대 예산으로 충당해왔었다.

"尹 정부 악의적" VS "사룟값 아깝나"... 신구 권력 감정싸움 양상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25일 관저 앞마당에서 지난 9일 태어난 풍산개 '곰이'의 새끼들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25일 관저 앞마당에서 지난 9일 태어난 풍산개 '곰이'의 새끼들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모호한 관리 책임에서 불거진 '풍산개 논란'은 신구권력의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 측에서 풍산개 반환을 정부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퇴임 이후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육비까지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겠냐"며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더니 속으로는 사룟값이 아까웠나.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윤석열 정부의 약속 파기에서 이번 논란이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입장문에서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며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는 것인데,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그만이다. 정이 든 반려동물이어서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위탁관계의 해지를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대통령실의 책임을 짚었다.

그러면서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국가원수가 외국정상으로부터 동물을 선물받은 사례는 더러 있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우리와 두리, 두 마리를 선물받았는데 그해 11월 서울대공원에 위탁해 관리하다 2014년 자연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한 선물로 한국에 보내주기로 약속한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인 아이바오(愛寶)와 러바오(樂寶)는 에버랜드에서 현재까지 잘 관리되고 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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