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등 유럽 10개국 "인권은 보편적 " 공동 성명
FIFA "축구에 집중하자" 서한에 공개 반발
'무지개 완장' 등 선수들도 카타르 비판 동참
"인권은 보편적이며 어디서나 적용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2주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잉글랜드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10개 팀 축구협회가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다시 띄웠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기간만큼은 카타르 인권 문제를 묻어두고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서한을 보내자, 이에 대한 반발 입장을 낸 것이다.
유럽 축협 10곳 "계속 FIFA 압박할 것"
잉글랜드축구협회에 따르면 △잉글랜드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유럽 10개 팀 축구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카타르가 자국 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개선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 보상 기금 마련과 이주노동자센터 설립을 위해 FIFA를 계속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10개국 축구협회의 공동 성명은 FIFA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하다. 지난 4일 FIFA가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에 편지를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카타르 월드컵의 인권침해 의혹에 눈감으려 하자,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월드컵 개막 준비를 하는 동안, 카타르에는 '인권 후진국'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새로 지은 7개 경기장은 "피로 지었다"고 할 만큼 수많은 이주노동자를 착취한 결과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임금 체불뿐 아니라 안전은 뒷전인 공사판에 내몰렸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하루 10시간씩 계속되는데도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다. 그렇게 일하다 현장에서 숨진 이들만 6,7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카타르는 또 동성애와 성전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성소수자 차별로도 지탄받았다.
인권 얘기 말고 축구만 보자는 카타르·FIFA
이 때문에 카타르 월드컵을 비판하거나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심심치 않게 감지됐다. 프랑스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등 대도시에서는 카타르 월드컵 거리 중계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FIFA의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서한은 월드컵 참가국은 물론 국제 인권단체의 거센 비난을 샀다. 문제를 제공한 카타르도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번 성명이 나온 직후 이뤄진 영국 뉴스 채널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아랍 국가의 월드컵 개최를 싫어하는 이들의 오만"이라며 비판 자체를 일축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후 인권 개선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카타르는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중동의 노동제도인 카팔라 시스템을 없애고, 역내 최초로 최저임금도 제정했다고 주장한다. 알타니 장관은 "멀리서 설교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언론의 비판 역시 "잘못된 정보"라고 밝혔다.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지개 완장·검은 유니폼… 선수들도 카타르 비판 동참
그럼에도 충분치 않다는 게 외부 시각이다. 카팔라 시스템은 잔존해 있고, 시간당 1유로 수준인 최저임금으로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카타르 당국이 수도 도하의 관광객 숙박지 인근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이주노동자 수천 명을 사전 통보 없이 내쫓은 일도 알려졌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나라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벌일 평화로운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선수들은 카타르의 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무지개 완장을 찬다. 빨간색과 흰색 유니폼을 입는 덴마크는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를 애도하는 검은색 유니폼을 마련했다. 참가국 중 가장 먼저 인권문제 개선을 촉구했던 호주는 대표 선수 16명이 직접 카타르를 비판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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