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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광부 "안전점검 수박 겉핥기식...갱도 확인 정확히 했으면 사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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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광부 "안전점검 수박 겉핥기식...갱도 확인 정확히 했으면 사고 없었다"

입력
2022.11.07 11:10
수정
2022.11.07 14:4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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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봉화광산 선산부 작업반장 인터뷰]
"구조 당시 탈북 광부가 '형님' 부둥켜안아
퇴원하면 광산 안전지킴이 역할 하고 싶어"

경북 봉화 광산에서 구조된 박정하(오른쪽)씨가 안동병원에서 보조작업자 박모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봉화=연합뉴스

경북 봉화 광산에서 구조된 박정하(오른쪽)씨가 안동병원에서 보조작업자 박모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봉화=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뒤 동료(56)와 함께 치료 중인 선산부 작업반장 박정하(62)씨는 7일 "사고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광산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관계기관들이 제대로 갱도 확인을 했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박 겉핥기식 안전 점검을 질타했다. 박씨는 "앞으로 광산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며 "사회단체 등에서 광산과 광부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건강은 어떤가.

"건강할 때를 100으로 잡으면 70 정도는 된다. 오늘 아침에 밥과 된장국, 생선조림, 소고기로 식사를 했다. 양치 후 몸무게를 측정했더니 평소(75㎏)보다 4.2㎏ 정도 줄었다. 혼자 걷고 샤워도 한다."

-구조 후 사흘이 지났다. 어떤 기분인가.

"다시 태어나서, 처음 세상을 느낀 것 같은 기분이다. 부모 품에 살다가 혼자 떨어져 나와 살아 있는 느낌이다."

-트라우마가 남아 있지 않나.

"아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다. 저는 푹 잔 것 같은데 밤에 시끄러웠던 것 같다. 악몽을 꾼 것 같다. 같이 구조된 동료도 그렇다. 몸은 좋아지고 있지만, 갇혀 있을 때가 자주 생각난다."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지난달 26일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시간이 배정됐다. 오후 4시에 작업장에 도착해 현장에서 아연 채굴 중이었다. 관리보안 감독이 막장 순회를 왔다. 도와줄 게 없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그가 케이지(엘리베이터)를 타고 간 지 5분도 안 돼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붕괴가 시작됐다. 수갱 쪽으로 달려가보니 (토사가) 막 쏟아지고 있었다. 2시간 정도 그렇게 쏟아지더라."

-어떻게 대응했나.

"구멍이 막혀서 오갈 데가 없었다. 탈출로를 찾아 위로 올라가보니 사다리를 타고 작업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구조였다. 그래서 다른 통로를 찾아 3일간 괭이 2개로 10m 정도 파들어갔다. 그런데 그곳도 막혀 있어 제자리로 돌아왔다."

-구조작업이 계속됐는데.

"월요일(지난달 31일)부터 발파 소리가 아주 약하게 들렸다. 등을 켜서 흔들어보고 소리도 질렀는데 위에서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남은 화약을 한 번에 10개 정도 모아 두 차례 발파했다. 그런데 양이 적어 그냥 '푹' 하고 말더라. 하지만 구조 발파소리를 듣고 희망은 생겼다."

-비닐 텐트도 치고 모닥불도 피우지 않았나.

"작업에 필요할 것 같아 나무 널빤지 20장과 산소절단기, LPG 등 장비를 미리 운반해뒀다. 갱 안에는 물 떨어지는 곳이 많다. 물도 맞고 땀도 젖고 하니 쉬는 시간에 말려야 한다. 회사에 요청한 전기난로도 있었다. 이런 장비들이 있어서 'ㄱ'자 모양으로 비닐을 쳤다. 사고 발생 후 안쪽에 버려진 비닐도 있어서 바람막이도 할 겸 감아놨다."

-믹스커피는 어떻게 구했나.

"광산 측에서 작업 도중 마시라고 박스에 150개짜리나 170개짜리 믹스커피를 넣어놓는데 30개 정도가 남아 있었다. 종이컵도 한 줄 있었다. 커피포트도 미리 가져다 놨는데, 전기가 끊겨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플라스틱 부분 떼어내고 스테인리스 부분에 물을 부어 모닥불에 끓여서 마셨다. 첫날에는 빨리 구조될 줄 알고, 2개를 타먹었다. 종이컵 하나에 믹스커피 2개를 넣고 '저녁밥'으로 생각하고 마셨다."

-동료가 구조하러 들어왔을 때 기분은 어땠나.

"탈북해서 광산에서 열심히 일하는 젊은 친구가 '형님' 하면서 뛰어오는데,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30대 초반인 그 친구와 고인 물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꺼져가는 촛불이 한 번에 팍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산소와 LPG는 진작 떨어졌고, 안전등도 꺼지고, 땔감 나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닥났다 싶은 라이터도 흔들어보면 몇 번 불을 켤 수 있었는데 그마저 소진된 때였다."

-정부에서 누가 다녀갔나.

"대통령실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이 다녀갔다. 국내 광산업무를 담당한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대통령이 화상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시설이 여의치 않아 비서관이 왔다. 그래서 광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점검해주고 보완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광산 측의 안전조치가 평소에도 미흡했나.

"광산을 지도 감독하는 광산보안사무소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안전문제를 맡고 있다. 이곳에서 시설 점검을 나오는데 바지에 흙탕물 하나 묻히지 않고 나갈 정도로 조심스럽게 다닌다. 우리는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데 점검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면서 안전을 외치면 안 된다. 도면 보면 갱도를 다 안다. 점검 나왔을 때, 세워도 되는 갱도인지 확인 한 번 해줬으면 오늘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 전날에도 안전점검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케이지 작동 여부를 검사하는 안전점검이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갱도 안으로 들어가면 거미줄처럼 길이 나 있다. 작업하지 않는 갱도는 폐쇄해야 한다. 관계기관이 안전한 갱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줘야 하는데 가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도 충분히 사전예방이 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평소 광부들 처우는.

"지금 광산 기술자 구하기가 힘들다. 3D 업종인데 누가 광산 기술을 배우려고 하나. 처우가 일반 건축 기술자보다 좋다고 하지만 임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광산 인원이 100명 조금 넘는데 노조도 없다 보니 부실한 처우가 이만저만 아니다. 폐광도 많아졌고 광부도 줄면서 사회적 관심도 없어졌다. 광산의 작업환경과 광부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퇴원 후 계획은.

"1982년 강원 정선 사북동원탄좌에 입사해 10년 정도 일했다. 그 후 27년 만인 2019년 3월 18일 지금의 봉화 아연 광산에 입사해 일을 재개했다. 앞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광산의 안전지킴이가 되도록 하겠다."


안동=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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