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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있으면 살았다... 1967년 양창선씨와 봉화 광부들의 생존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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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있으면 살았다... 1967년 양창선씨와 봉화 광부들의 생존법칙

입력
2022.11.06 13:20
수정
2022.11.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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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은 물과 생존의지
홀로 매몰된 광부, 전화기로 들린 "아빠" 소리에 버텨

1967년 9월 매몰 16일만에 구조된 양창선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7년 9월 매몰 16일만에 구조된 양창선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사고 발생 후 221시간 만에 광부 2명이 극적으로 생환했다. 두 사람은 작업투입 때 챙겨간 커피믹스와 물을 먹고 버텼고, 비닐 천막을 쳐 체온을 유지해 '생환의 기적'을 만들었다. 45년 전인 1967년 양창선(김창선)씨도 비슷한 방식으로 매몰 15일 만에 극적으로 생환, 극한 상황의 생존 법칙이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 구조된 조장 박씨(62)는 사고 직후 보조작업자 박모씨(56)에게 안전모에 착용하는 랜턴 전원을 우선 끄라고 지시했다. 고립된 상황에서 구조될 때까지 얼마나 버텨야 할지 모른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필요한 경우에 잠시 켜서 주위를 확인하고 다시 끄는 방식으로 암흑 같은 공포에 맞섰다. 그 결과 아껴둔 배터리로 구조 전날까지 빛을 잃지 않았다.

작업 공간 주위에 남아 있던 톱과 산소용접기 등 공구도 생존을 도왔다. ①이들은 내부 온도 14도라는 추운 환경에서 산소용접기로 젖은 목재를 말리고 모닥불을 피우며 임시로 만든 비닐텐트 안에서 체온을 유지했다.

②이들은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나눠 먹으며 부족한 열량을 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주치의인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6일 "커피믹스 30봉지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서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 현재는 일반실에 계신다"고 설명했다. 커피믹스를 다 먹고 난 뒤에는 갱도 안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신 덕에 생존할 수 있었다.

③두 사람은 생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듯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면서 생존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5일 정오께 경북 안동병원에서 생환 광부 박정하(62ㆍ오른쪽)씨가 보조작업자 박씨(56·왼쪽)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정오께 경북 안동병원에서 생환 광부 박정하(62ㆍ오른쪽)씨가 보조작업자 박씨(56·왼쪽)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의 대처법은 국내 역대 최장기간 매몰 사례로 기록된 양창선씨의 생환 비결과 비슷하다. 1967년 발생한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매몰 사고에서 광부 양창선(당시 36세)씨는 지하 125m 갱 속에 갇혔다가 15일(368시간) 만에 구조됐다.

①양씨는 부인이 싸준 도시락을 이틀간 나눠 먹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도시락통에 받아 마시는 등의 방법으로 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양씨가 체온을 유지한 방법은 열량 소모를 줄이는 것이었다. 도시락이 떨어진 후 물을 마시며 연명한 그는 힘이 빠지면 누워 있다가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양씨는 해병대 시절 음식이 없는 상황에서 5~8일간 버틴 경험이 있었다. 물도 많이 마시면 체내 염도가 너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하루에 맥주 컵으로 한 컵 정도만 마셨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고와 가장 큰 차이점은 1967년 사고의 경우 양씨 '혼자' 매몰됐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③그가 구출될 때까지 생존 의지를 꺾지 않을 수 있던 비결은 외부와의 전화통화였다. 군에 있을 때 해병대에서 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망가진 군용 전화기를 이용, 갱 밖과 간신히 연락했고 딸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175㎝, 62㎏이었던 그의 몸은 구출 순간 45㎏에 불과했지만, 땅 위로 나올 때 걸을 수 있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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