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터미널 2년 5개월째 '개점 휴업'
카페리 선사들 '믿을 구석' 화물도 흔들
"중국 '제로 코로나' 언제 끝날지 몰라"
지난 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지상 5층 규모에 연면적 6만6,805㎡로 지방공항보다도 큰 시설이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터미널 2층 입국장과 매표소, 4층 출국장은 물론 여행사 사무실, 관광안내소 등도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던 편의점도 2, 3개월 전부터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상주 직원을 위한 구내식당 정도만 문을 열고 있었다. 1층 버스와 택시 승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인천과 다롄(大連)·스다오(石島)·웨이하이(威海) 등 중국 10개 도시를 연결하는 이 터미널은 2019년 여객 103만 명, 화물 43만 TEU(1TEU는 6.1m 길이 컨테이너 1대)를 처리한 옛 국제여객터미널을 대체하려고 2020년 6월 문을 열었지만, 2년 5개월째 개점 휴업 상태다. 중국 정부가 봉쇄에 중점을 둔 초고강도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면서 2020년 1월부터 한중 카페리의 국제여객 운송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카페리는 화물만 싣고 인천항과 중국 도시를 오가고 있다.
터미널을 관리하는 인천항 시설관리센터 관계자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드신 분들이 가끔 오셨다가 여객 (운송)이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 채 돌아가곤 한다"며 "전화로 '언제 재개되느냐'고 묻는 분들도 많은데,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하면 아쉬워한다"고 했다.
인천을 비롯해 경기 평택과 전북 군산의 한중 카페리 14개 선사도 화물 운송에 기대 버텨 왔지만, 최근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여객운송이 정상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한중 카페리 선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물동량과 전 세계적으로 오른 화물운송 운임으로 여객운송 공백을 메워 왔다. 지난해 한중 카페리 물동량은 인천항 기준으로 전년보다 20%가량 늘어난 50만 TEU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 물동량과 운임 상승세가 꺾이면서 선사들의 경영 상태가 한계에 달했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카페리 터미널 상업시설은 대부분 폐업했고, 선사들은 여객 부서 인력 정리해고와 전환배치 등으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라며 "선사의 자산은 선박이 전부라서 적자가 지속되면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선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 카페리 선사의 상당수가 중국 쪽 지분이 더 많기 때문에 당장 쓰러지더라도 중국 정부에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구조"라며 "방역 정책이 곧 완화될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내년 하반기에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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