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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이란 해방" 언급한 바이든에 "제정신 아냐" 맹비난

입력
2022.11.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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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커지자 백악관 "시위대 지지한다는 뜻" 해명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4일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 대사관 점거 43주년 기념 관제행사'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4일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 대사관 점거 43주년 기념 관제행사'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을 해방하겠다(free Iran)"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라며 맹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이란 국민과의 연대를 의미했다"고 해명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열린 '주이란 미국 대사관 점거 43주년 기념' 관제 행사에 참석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서방의 지원을 받던 왕정이 1979년 혁명으로 쫓겨나고 이슬람공화국이 들어선 43년 전 이란은 이미 해방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악마적 욕심"을 부리고 있다며 "이란의 젊은이들은 당신이 욕심을 실행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979년 11월 4일 무장한 수백 명의 대학생은 팔레비 국왕이 쫓겨난 직후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붙잡고 444일간 억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국교가 단절되고 대이란 경제 제재가 시작됐다. 이란 당국은 이후 이 사건을 매년 기념하고 있다. 이날 이란 국영TV에는 시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열린 관제 시위에 참여해 "미국·영국·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방송됐다.

"바이든, 시위대와 연대 표현한 것뿐"

지난 3일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 풀라드샤르에서 시위대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묘사된 입간판을 향해 작은 폭발물을 던지고 있다. 풀라드샤르=AFP 연합뉴스

지난 3일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 풀라드샤르에서 시위대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묘사된 입간판을 향해 작은 폭발물을 던지고 있다. 풀라드샤르=AFP 연합뉴스

앞서 3일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 연설에서 "걱정 말라. 우리는 이란을 해방시킬 것이다. 그들(이란인)은 곧 스스로를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의미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솔직하게 이란 시위대와의 연대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9월 중순부터 격화하고 있다. 이란 정부가 보안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미성년자 40명을 포함해 최소 277명의 시위 참여자가 숨졌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 정부는 이란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자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로 대응해왔다.

정부의 탄압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4일에는 수도 테헤란, 남서부 아바즈와 부셰르, 북서부 사난다지 등 전역의 대도시와 시골 마을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날에만 보안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 최소 16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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