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메모 공개… 김용·정진상 이름도 적혀 있어
"유동규 '한국판 베벌리힐스 안 돼' 이재명에게 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공판을 마친 뒤 법원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내용을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측근들에게 보고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사건 공판에선 정영학 회계사가 작성한 녹취록 요약 메모가 공개됐다. 메모에는 유 전 본부장에서 시작해 '캠프'를 거쳐 'Lee'까지 화살표로 이어진 관계도가 기재됐다. '캠프'라는 제목의 상자 안에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정 회계사는 'Lee'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님"이라며 "캠프는 이재명 시장 사람들이란 뜻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을 보고했다는 취지다.
남욱 변호사 측이 이 대표에게 보고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정 회계사는 "2013년 7월 2일자 내용으로 베벌리힐스가 발표됐을 때 유 전 본부장이 '내가 김용, 정진상과 상의해 (베벌리힐스 사업이) 안 되도록 저층 연립이 안 되도록 다 보고했다. 시장님한테도 다 얘기했다'고 한 의미에서 표시한 화살표"라고 말했다.
2013년 7월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을 신흥동 1공단 부지와 결합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고 타운하우스 위주의 고급 주택단지로 만들어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고층 아파트를 지어 수익성을 높이려던 민간사업자와 투자자들이 반대했고, 유 전 본부장이 이런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이 보고한 정황은 지난 5월 공판에서도 나왔다. 당시 검찰이 공개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2013년 7월 녹취록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오늘 아침 이재명을 만나 '왜 베벌리힐스를 꺼냈냐'고 말하니, 이재명이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욕 바가지로 먹고 있다'고 답했다고 하더라. 다 알아서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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