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 30대 입원 10일 지나서야 검사·확진
관리시스템 오류·보건당국 협업 부족 원인 지적
대전에서 법정 감염병인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감염증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지만, 전산 시스템 오류와 관계 기관 간 협업 문제로 감염 사실 확인이 늦어지면서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동남아를 방문한 이후 발열과 발진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30대 환자 A씨로부터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지카바이러스는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국내에서 2016년 첫 확진자가 나왔으며, 대전에서 감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질병은 주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개모기(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감염자는 성관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3~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반점구진성(피부 색깔이 변하면서 표면이 솟아오르는 증상) 발진과 함께 발열,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증치료를 하면 대부분 회복돼 사망률이 극히 낮으며,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임신 중 감염되면 소두증 등 선천성 기형을 일으킬 수 있어 해외 유행지역을 여행할 때는 최대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보건당국은 강조한다.
태국을 여행하고 지난달 17일 귀국한 A씨는 4일 뒤인 21일 반점구진성 발진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대전 서구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입원일로부터 11일, 귀국일 기준으로는 15일 만인 지난 1일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실시간 중합요소 연쇄반응(Real Time PCR) 검사를 통해 반나절이면 가능한 법정 전염병 감염 여부 확인 작업에 턱없이 오랜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검사가 늦어진 이유로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질병시스템) 오류와 검체 배송 기간 지연을 들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해당 병원 측은 지난달 26일 질병시스템을 통해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하려 했지만 의뢰서가 활성화되지 않아 질병관리청에 검사를 의뢰했다. 병원으로부터 검체를 받은 질병청은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 소관이라며 재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긴급 검체'가 아닌 '일반검체'로 이송된 탓에 대전보건연은 지난달 31일에야 검체를 받아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법정 전염병 의심 환자의 검사가 늦어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법정 전염병은 의료와 행정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책임소재도 따져야겠지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혜경 대전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병원에서 질병시스템을 통해 대전보건연에 검사를 의뢰하지 못한 정확한 사유와 질병관리청에서 검체를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지체된 이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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