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펠릭스 클리저 5, 9일 리사이틀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삶의 경험과 성품"
"위대한 작곡가의 호른 작품 널리 알리고파"
"모든 연주자는 하나의 인격체고 그래서 흥미로워요. 저는 다른 호른 연주자와 저를 비교하지 않아요. 제 자신에게 집중할 뿐이죠."
독일 출신 호른 연주자 펠릭스 클리저(31)는 대개 왼손으로 조작하는 음정 조절 밸브를 왼발로 눌러 연주한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는 클리저는 호른 연주뿐 아니라 먹고 입고 글씨 쓰는 대부분의 일상을 발가락으로 하는 특별한 연주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거부한다. 5일 울산현대예술관 대극장,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그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누가 최고, 또는 최악의 연주자인지 구분 짓는 사람들은 음악의 참 의미를 모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펠릭스는 특히 그를 '장애를 극복한 음악가'로 조명하는 데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라며 "내 경우는 장애가 한눈에 바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큰 약점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고 모든 약점은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안다면 한계란 없죠. 우리가 가진 한계는 우리가 자신에게 부여한 한계일 뿐입니다."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괴팅겐에서 태어난 클리저는 5세 때 호른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호른은 한 음만 연주해도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악기"라며 "피아노로 사랑스럽거나 무서운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지만 호른으로는 정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호른에 매료된 이유를 설명했다.
호른은 두 팔이 있는 사람에게도 연주하기 힘든 악기로 꼽히지만 클리저는 2014년 독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에코 클래식상에서 '올해의 영 아티스트상'을 받는 등 연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영국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직업 연주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연습에 더 매진했다. 다만 클리저는 "악기 연습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연주자는 멀리 가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예술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라며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삶에서 축적된 성품과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주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악기 연습에 투자하는 시간만이 아닌 삶에 대해 가진 생각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베토벤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버전으로 자주 연주되지만 원래 호른 곡으로 만들어졌다. 클리저는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수많은 호른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이 네 번째 내한인 클리저는 "친절하고 열정 넘치는 한국 관객과 만날 날을 기대한다"며 "관객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제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와 진짜 제 모습은 다르죠. 제 바람은 제 음악으로 세상에 기쁨을 전하는 겁니다.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저도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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