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노동 관리 감독 어려워...사생활 침해도"
"퇴직급여 지급하게 되면 고령층 등 부담↑"
서비스업체 근로계약 맺으면 퇴직급여 가능
가사·보육·간병 업무를 하는 '가사근로자'를 퇴직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퇴직급여법 3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퇴직급여법 3조는 퇴직금 지급 예외 대상으로 보육·간병·가사 등 가정에서 이뤄지는 '가구 내 고용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4년 동안 가사근로자로 일한 A씨는 고용인을 상대로 퇴직금을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A씨는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 외의 사람을 차별하는 퇴직급여법은 평등권은 물론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가사 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가사근로자의 퇴직급여 미적용을 차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퇴직급여법은 사용자에게 여러 의무를 강제하고 국가가 사용자의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도록 한다"며 "가구 내 고용 활동에 퇴직급여법을 적용하면 이용자가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국가 감독을 받게 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관리 감독도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가사 노동 시장의 위축 우려도 고려했다. 헌재는 "간병 등 돌봄 수요가 큰 고령 이용자와 취약계층이 퇴직급여법 적용으로 증가하는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면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새로 제정된 가사근로자법에 의하면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퇴직급여법을 적용받는다"며 대안이 마련돼 있다고 짚었다. 지난 6월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 소속으로 가정에 파견돼 일하는 형식을 갖췄다면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가사 사용인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퇴직급여법 적용 범위에서 배제하더라도,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며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가구 내 고용 활동에 많은 근로관계 법령이 적용되지 않은 데는 '가사란 당연히 여성이 도맡아 하는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이라며 "급여를 지급해야 할 노동으로 (가사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전통적 고정관념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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