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공공일자리 예산 충돌할 듯
법인세 등 세법개정안도 의견 차 커
복합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의 연착륙을 뒷받침할 내년도 예산안·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 규정하며 시작 전부터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주요 정책인 지역화폐나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인 공공일자리 예산 복구·증액을 주장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시작으로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를 거친 뒤 30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예산안 논의에 나선 여야는 언제나 공방을 벌였으나, 올해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회 연설까지 보이콧한 거대 야당이 잔뜩 날을 갈고 있어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참 무성의한 예산”이라며 “내년 예산안에서 삭감된 민생 예산 약 10조 원을 심사 과정에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쟁점은 △지역화폐 △노인 공공일자리 △공공임대주택 등이다. 앞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세금 알바’ 지적을 받아온 노인 공공일자리 6만1,000개를 줄이고,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16조9,000억 원)도 올해보다 5조6,000억 원 감액했다.
지역화폐 예산은 7,000억 원 전액 삭감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도 어느 정도 지나갔고 당초 지방자치단체 사업으로 시작된 만큼 자체 예산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계속 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내수 위축,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살아난다 해도 정부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 국회에서 예산을 추가로 넣으려면 정부 동의를 구해야 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두고도 의견 차이가 크다.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기업투자 활성화가 근로자 소득 증대→소비 확대→경기 활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세 감세를 철회할 의사가 전혀 없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게 정부·여당 입장이라 강대강 대치가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내년 예산안이 올해 연말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럴 경우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준예산은 새해가 될 때까지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하는 잠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현실화한 적은 없다.
국회가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처리한 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과 2015년, 2020년 세 차례뿐이다. 지난해는 법정기한을 하루 넘겨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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