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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 옆 돼지머리 등장... 무슬림 '경악' vs 주민 '법에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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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 옆 돼지머리 등장... 무슬림 '경악' vs 주민 '법에는 법'

입력
2022.11.01 16:30
수정
2022.11.01 16:33
0 0

지난달 27일 사원 건립 현장 옆 주택 대문 앞에 등장
주민 "정육점도 열고 삼겹살도 굽겠다" 주장
무슬림 "예배 방해" 주장에 주민 "법대로"
'돼지고기' vs '양고기' 맞불 악순환 우려

돼지머리가 1일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옆 주택 대문 앞에 놓여 있다. 류수현 기자

돼지머리가 1일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옆 주택 대문 앞에 놓여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인근 주택가에 이슬람이 금기시하고 있는 '돼지머리'가 등장했다. 무슬림 건축주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주택 문 앞에 내놓은 돼지머리를 치울 수도, 가릴 수도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대법원이 사원 건축을 허가하자 주민들도 "법에는 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1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부지 인근 주택 대문 앞에는 가로 30㎝, 세로 20㎝, 높이 30㎝ 크기의 돼지머리가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주민과 건축주 등에 따르면 이 주택에 사는 주민이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지난달 27일부터 이곳에 돼지머리와 벽돌조각, 나무젓가락, 종이컵을 놓아뒀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머리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고 콧구멍과 입속에는 파리가 들끓고 있어 무슬림에게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주택가 이웃집에서는 무슬림의 기도 시간에 맞춰 '옹헤야' 등 요란스러운 노래를 틀어 무슬림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슬람사원은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건축 중이지만 기도실은 이미 갖추고 있다.

이곳 무슬림 대표 무아즈 라작(26)씨는 "우리 스스로 불결한 돼지머리를 치우게 해서 문제를 야기하려는 것 같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돼지머리를 두기 며칠 전에는 주민들이 공사현장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아마 돼지고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이 놓아둔 돼지머리에 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류수현 기자

1일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이 놓아둔 돼지머리에 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류수현 기자

이에 대해 주민들은 준법투쟁으로 건축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현장 인근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이슬람사원 옆에 정육점을 열어 돼지고기를 진열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달 초에도 시위 천막에서 삼겹살을 굽기도 했다.

주민들은 "대법원 판결을 앞세운 무슬림이 주민과 협의 없이 법으로만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주민들도 준법대응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삼겹살을 먹는 것이 무슨 위법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4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이 야간에 양고기를 삶아 먹고 제대로 치우지 않아 악취가 진동했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도 무슬림들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공감대라는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20년 9월 건축주는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가에 지상 2층, 연면적 245.14㎡ 규모의 이슬람사원 건설 허가를 받아 3개월 뒤인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사원은 당초 이듬해인 지난해 3월에 준공 예정이었으나 준공 1개월을 앞둔 지난해 2월부터 인근 주민들이 항의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법적 소송이 시작됐고 지난 8월 22일 대법원이 1·2심과 마찬가지로 건축주의 손을 들어주며 공사는 재개됐다.

하지만 그 뒤에도 시멘트 포대를 수송하려는 공사인부와 무슬림 등 건축주 측을 주민들이 현수막 등으로 가로막으며 격렬히 충돌했다. 대법원 판결 일주일여 뒤인 같은 달 30일 건축주 측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모래 5톤과 자갈 2.5톤을 포대에 담아 어깨에 들쳐 메는 방식으로 자재를 옮겼고, 진입을 가로막던 주민들도 경찰이 투입되고 나서야 현수막만 드는 등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모래 위에 누워 이슬람사원 건립에 항의하던 70·80대 주민 2명이 업무방해 혐의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건축주 측은 주민들의 저항에 공사일정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중순쯤 가로 19㎝, 세로 9㎝, 높이 5.7㎝, 무게 2㎏ 상당의 시멘트벽돌 3만5,000장을 닷새에 걸쳐 공사현장으로 반입했다. 지금은 벽돌로 외벽을 조성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옥상과 창문 시공 등을 위한 철근과 유리도 추가로 반입해야 한다.

건축업자는 "빨라도 내년 2월에나 준공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주민과 무슬림이 화해하기가 쉽지 않아 '돼지고기'와 '양고기'가 맞서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인부들이 1일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에서 벽돌로 외벽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인부들이 1일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에서 벽돌로 외벽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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