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뒤흔든 ‘괴물 타자’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 무라카미 무네타카(22·야쿠르트)는 아쉽게 가을 야구를 마무리했다. 정규시즌에서는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힐 만큼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했지만 정작 큰 경기에서 힘을 못 냈다.
이들과 달리 KBO리그 타격 5관왕 등 정규시즌 MVP 유력 후보인 이정후(키움)의 가을은 뜨겁기만 하다. 올해 첫 가을야구였던 KT와 준플레이오프 다섯 경기에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961를 찍었다. 2위 LG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율 0.500(16타수 8안타) OPS 1.467의 눈부신 성적표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그리고 2019년 이후 3년 만에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 도전 중이다.
팀 전력이나, 성적을 고려하면 이정후의 활약은 더 놀랍다. 저지의 양키스나, 무라카미의 야쿠르트는 ‘호화 군단’을 꾸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야쿠르트는 센트럴리그를 제패했다. 반면 이정후의 키움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운영되는 ‘스몰 마켓팀’이라, 올해 선수단 연봉 총액은 56억원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중 한화 다음으로 가장 적다. 한국시리즈 상대 SSG(227억원)와 비교하면 25% 수준이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정후는 한계를 몰랐다. 정규시즌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키움의 열세를 예상하는 이들의 편견을 깨고 최종 무대까지 살아남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전문가들은 정규시즌 1위 SSG의 우승을 점친다. 이정후 역시 “도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 팀이 더 나은 건 없다”고 전력 차를 인정한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욕심은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정후는 “포스트시즌이 매우 재미 있다. 이렇게 재미 있는 경기가 빨리 끝나면 아쉬우니까 최대한 길게 7차전까지 해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적지 않지만 여러 차례 승리를 맛보면서 선수단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이정후는 “(올해 가을 야구는)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라며 “마지막에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저지와 무라카미는 가을 야구에서 동반 부진하면서 일찌감치 비시즌을 맞이했다. 올 시즌 62홈런을 터뜨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세웠던 아메리칸리그 시즌 최다 홈런(61개)을 갈아치운 저지는 휴스턴과 챔피언십시리즈 4경기에서 고작 안타 1개만 치고 삼진은 네 차례 당했다. 타율은 0.063다. 저지의 부진과 함께 양키스는 4전 전패로 탈락했다.
정규시즌 56홈런으로 일본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고 타격 3관왕까지 달성한 무라카미는 뒷심이 부족했다. 오릭스와 일본시리즈 3차전까지 홈런 1개와 2루타 2개로 장타를 펑펑 터뜨려 팀에 시리즈 전적 2승 1무 우위를 안겼지만 이후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야쿠르트는 무라카미의 부진 속에 4경기를 내리 져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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