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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 한국만큼이나 암담하고 혼란할 듯

입력
2022.11.0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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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급격히 공화당으로 기우는 미국 중간선거
민주당 입법공세와 바이든 노력도 허사
공화당 승리해도 정쟁 구렁텅이 이어질 듯

미국 중간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들어 민주당이 급격히 불리해지고,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번 중간선거를 치르고 있으며, 또 중간선거의 결과로 미국 정치가 얼마나 바뀌는 것일까?

사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들은 민주, 공화 양당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집권여당이 중간선거에서 의석수를 잃는 것은 그냥 역사적 트렌드이다. 또 불합리한 선거구 획정이나 지나친 현직자 이점으로, 연방의회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리는 바람에 전체 의석의 10% 미만에서만 의미 있는 선거경쟁이 이뤄진다. 더구나, 올해 제일 중요한 정책 관심사는 인플레이션과 휘발유 가격인데, 특정 인물이나 정당의 책임이라고 보기 힘들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2년간 '중간선거 패배'라는 덫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코로나 극복 법안, 인프라 확충 법안,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등 여러 정책들을 연방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공화당 반대로 의회에서 입법화할 수 없는 정책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10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통해 밀어붙였다. '일하는 정치'의 모습을 연출하고, 지지자들이 원하는 정책 어젠다를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

거의 유일한 예외는 지난여름 연방대법원에서 있었던 낙태 관련 판결이었다. 상당수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각 정당의 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에서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돌려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가을에 접어들어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자 이 문제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금세 사라졌다.

선거라는 것이 그 본질적인 성격상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라서 흥미진진한 게임처럼 보인다. 그리고 후보들은 자신의 일이니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대다수 미국인들은 "지금 정치는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사사건건 대통령을 방해하고, 연방대법원이 잊을 만하면 나와서 말도 안 되는 보수적 판결을 내린다"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생각한다. "조작된 선거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 있지도 못할 바이든과 민주당이 하는 일들은 미국의 가치와 건국이념을 훼손시키는 일이다"라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마음에 안 드는 정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승리할 확률이 거의 없긴 하지만 민주당이 이긴다고 공화당의 반대가 갑자기 없어질까? 연방대법원은 불현듯 각성해 진보적인 판결을 낼까? 거꾸로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이 되면, 인플레이션이 사라지고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까? 미국땅에 살고 있는 히스패닉들은 멕시코로 돌아가고, 총은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지만 범죄는 거의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할까?

오히려, 정쟁(政爭)의 구렁텅이로 곧바로 들어갈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연방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는 여전히 막지 못할 것이고, 낙태보장 법안은 불가능하며, 연방대법원은 건재할 것이다.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바이든 가족과 백악관에 대한 조사와 청문회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공화당이 야심 차게 추진할 보수적 법안들은 상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또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좌초될 것이다. 끊임없는 교착상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인들과 변화를 할 수 없는 미국 정치. 미국인들의 '불안', '불신', '불만'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선동하며 이용하기만 하는 미국 정당. 무엇이 바람직한 정치이고 어떠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길인지, 2022년 미국 중간선거와 미국 정치를 보면서 생각만 더 혼란해지고 있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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