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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놓친 ‘비상경제회의’ 메시지

입력
2022.10.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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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윤 대통령 ‘비상경제회의’ 깜짝 생중계
‘일하는 정부’ 모습에 국민 불안 완화
정책 관철 위한 ‘정치 의지’ 결여가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이 주재하는 장관급 회의 전 과정이 사상 처음으로 영상 매체를 통해 생중계됐다. 지난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는 생중계는 여야 극한대립 속에 경제·민생을 챙겨야 할 국정까지 겉도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를 다소라도 해소하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사실 정부 최고위 정책회의를 통째로 생중계하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정책적 오해를 일으킬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경쟁국들 앞에서 우리의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중계는 필연적으로 ‘분위기만 전달하는 정도’로 가공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생중계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일각에선 시중 자금경색에 대한 논의가 따로 없었던 점을 꼬집기도 했다. 모범생들의 학예발표회 같은 분위기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현안에 대한 장관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질 낮은 정쟁이 초래한 불안감은 컸던 것이다.

당일 가장 두드러졌던 논의는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이었다. 최근 시장 붕괴 공포감을 감안하면, 정부는 뭔가 ‘행동’을 보일 필요가 컸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그런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 규제지역 추가 해제 및 파격적인 대출 규제완화 방침을 밝힘으로써 부동산 경착륙만은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반도체 위기와 관련해선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 국토부 장관 등이 설비투자 지원책, 인력 양성, 투자 입지 규제완화에 관한 구체적 입장과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안정화에 유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긍정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중계라도 저런 식이어서 되겠나 싶은 못 미더운 상황도 노출됐는데, 그건 바로 정책 관철을 위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좀처럼 확인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반도체 설비투자 촉진을 위해 첫째, 인력 기술개발 인프라 지원을 위해 1조 원을 예산에 반영했다는 것. 둘째, 반도체 기술 및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추 장관은 두 가지를 언급하면서 “이런 부분이 국회에서 잘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이해, 협조도 구하겠다”고 말을 덧붙였다. 이 말은 달리 풀면, 여야 간의 극한 대치로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하소연이자, 대통령 차원의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반어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하실 말씀 없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그저 “더 들어보자”는 말로 지나쳤을 뿐이다.

사실 현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중 상당수는 국회의 법안 처리가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전 정부 및 이재명 대표 비리 사정으로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대치상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니 비리 사정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할 건 하더라도, 정책 관철을 위한 나름의 정치적 의지와 절충의 공간은 잃지 않는 게 압도적 여소야대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현실감각 아니냐는 얘기다.

영화 ‘링컨’에는 링컨 대통령이 1865년 노예제 폐지를 담은 수정헌법 통과를 위해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매표까지 감행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좋은 대통령은 결코 폼이나 잡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윤 대통령도 장관들에게 통찰을 과시하거나 지시만 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장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최고의 정치력을 발휘할 책무를 대통령으로서 절감하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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