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 준비 등 이유로 '불참' 결정
"대응 의지 없다는 뜻"... 잇단 지적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불참 결정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COP27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국제 회의체이다. 수낵 총리의 불참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어서라는 지적이 많다.
"예산안 집중"… 총리 취임 직후 불참 통보
197개국이 가입한 유엔기후변화협약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합의가 담겨 있다. COP는 각국 정상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이 약속을 재확인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올해 27번째인 COP는 다음달 6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다.
수낵 총리는 총리 취임 사흘 만인 이달 27일 불참을 공식 확인했다. 대신 외무·경제·환경부 장관 등을 보내기로 했다. 전임자인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COP27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영국 총리실은 "정부의 가을 예산 편성 등 더 급한 국내 공약을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7일 발표할 중기 재정 전망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단 것이다. 트러스 전임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 후폭풍으로 물러났기에 수낵 총리는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내각과 집권 보수당을 안정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닥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낵 총리가 COP27에서 할 수 있는 발언엔 한계가 뚜렷하다. COP27는 그의 첫 국제 외교 데뷔 무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에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 의제로 오를 수 있단 점도 문제다. 고강도 긴축 정책을 예고한 영국은 국제사회 지원금을 후하게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불참=기후대응의지 X" 찰리 3세 불참 맞물리며 비판↑
그럼에도 COP27의 의미와 영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수낵 총리가 참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해 COP26엔 13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했다. 올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약 90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을 확정했다.
특히 영국은 지난해 COP26 의장국이었다. 영국 그린피스의 정치 책임자인 레베카 뉴섬은 "릴레이 경기에서 배턴을 든 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에선 "기후 리더십이 조기에 실패"했다고 비판했고, 보수당에서조차 "잘못된 결정"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찰스 3세 국왕까지 불참하게 되면서 수낵 총리를 향한 비판은 더 커졌다. 왕세자 때 환경운동가로 활약했던 찰스 3세는 참석을 원했지만, 정부가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왕은 대신 4일 'COP27 회의 성공 기원 행사'를 주최하기로 했는데, 타협안이란 시선이 많다.
최근 총리직을 두고 겨뤘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회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수낵 총리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수낵 총리가 임명한 환경장관이 최근 COP27를 "이집트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라고 표현해 회의 비하 시비를 부른 것도 논란을 키웠다.
다만 수낵 총리의 입장 선회 여지도 있다. 수낵 총리 측 인사는 "최종 참석 여부는 예산안 진행 여부에 달렸다"며 참석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의장국 이집트도 수낵 총리에 대한 참석 요청을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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