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가입자 '역대 최고치'
주택가격 하락 예상한 수요 몰려
2억 하락 시, 60세 30년간 1억 덜 받아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67)씨는 올해 6월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160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됐다. 김씨의 아파트는 최근 3년 만에 가격이 3억 원에서 6억 원까지 뛰었다. 김씨는 "퇴직 이후 줄곧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올해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공행진하던 집값이 대출금리 인상 탓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 하락은 수령액 감소를 의미하는 만큼,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노후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비 42% 늘어난 주택연금 가입자
31일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총 1만719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546건)보다 3,173건(42%) 불어난 규모다. 2007년 주택연금이 첫 출시된 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올해 신청기간이 아직 3개월이나 남은 만큼, 연간 최대 기록(1만982건) 역시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자녀 양육 등으로 살고 있는 주택 외에 별도의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노령층이 가입하기 적합한 상품이다. 부부 중 연장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시가 12억∼13억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집값 더 떨어질라"… 몰리는 '막차 수요'
올해 몰린 '막차 수요'는 향후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가입자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주금공 주택연금 상담실장은 "최근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주택연금 가입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은 6월 고점(5억6,184만 원)을 형성한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담보주택의 시세·감정평가액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면 월마다 받는 연금도 줄어든다. 예컨대 60세 가입자가 당장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맡기면 월 208만 원을 받지만, 집값이 2억 원 떨어지면 수령액은 178만 원으로 줄어든다. 월 기준으로는 적은 차이일 수 있지만, 90세까지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격차는 1억 원까지 벌어진다.
수령액 산정 구조 역시 올해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액은 ①주택가격 ②이자율 ③기대수명 등 세 가지 주요 요인을 고려해 매년 산정된다. 주택가격이 높아질수록, 이자율이 낮을수록, 기대수명이 짧아질수록 받는 연금액은 늘어난다. 기대수명이 꾸준히 증가한다고 전제하면, 주택가격 하락·이자율 상승이 시작된 지금이 수령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최적기인 셈이다.
다만 주금공은 수령액 산정은 장기 추이를 반영하기에 내년 수령액을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금공은 "주택가격 하락·이자율 상승 등이 월 지급금 하락 요인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올해 한 해 추이만으로는 내년도 월 지급금 조정 결과를 예상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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