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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된 중국 폭스콘 공장... "음식 놓고 노동자들끼리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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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된 중국 폭스콘 공장... "음식 놓고 노동자들끼리 싸워"

입력
2022.10.31 2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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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명 근무하는 공장 코로나19 봉쇄
내부 코로나 확산-배고픔에 대거 탈출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거점...공급 혼란"

폭스콘 중국 정저우 공장 직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봉쇄된 공장을 탈출해 고속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폭스콘 중국 정저우 공장 직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봉쇄된 공장을 탈출해 고속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거점인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대대적인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봉쇄된 이후 공장은 음식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 생지옥이 됐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31일 홍콩 명보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공장 노동자들의 탈출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더우인 등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는 맨발로 고속도로를 걷거나, 캐리어 가방을 끌며 들판을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들이 퍼지고 있다. 정저우시 곳곳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봉쇄되며 대중 교통 운행이 멈췄다. 노동자들이 높이 2m가 넘는 철조망을 넘는 모습, 인근 도시 주민들이 이들에게 물, 식량, 옷 등을 나눠주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35만 명이 근무하는 정저우 공장은 애플사의 최신 휴대폰인 아이폰14의 주요 생산 거점이다. 정저우 공장은 지난달 26일 공지를 통해 "공장 내 소수의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데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봉쇄를 알렸다. 공장에 갇힌 노동자들은 공장 안에서 숙식하며 아이폰을 생산해왔다.

공장 내부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감염자를 따로 분리하지도 않아 확진자가 급증했는데도 식사나 의약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 명보는 "끼니로 제공된 도시락과 라면은 부패했고, 이렇다할 의약품도 없다"고 내부 직원의 말을 전했다. 탈출에 성공한 한 노동자는 "공장 기숙사는 혼란 그 자체"라며 "음식을 더 많이 챙기려고 동료들끼리 싸움까지 벌어졌다.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1년 홍콩 대학생들이 애플 대리점에서 폭스콘 노동자들의 가혹한 근로 환경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 홍콩 대학생들이 애플 대리점에서 폭스콘 노동자들의 가혹한 근로 환경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스콘 측은 탈출한 노동자 인원에 대해 함구했다. 위저우, 창거, 친양 등 정저우 인근 도시 당국이 탈출한 노동자 격리 계획까지 세워둔 점을 감안하면 탈출 규모는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장 측은 31일 공지를 내고 "공장 내부의 코로나19가 진정세이기 때문에 귀가를 희망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귀향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상 출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특근 수당을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부랴부랴 회유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정저우발 아이폰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 정저우 공장은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절반을 담당한다. 로이터통신은 "폭스콘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물량 30%가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 매체 재일재경은 "폭스콘은 아이폰의 중요한 생산기지일 뿐 아니라 허베이성 무역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폭스콘이 공급망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공개적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80일가량 봉쇄당한 티베트에서 수백 명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여자 대부분은 농민공 출신인 한족 이주노동자로 알려졌다. 9월에는 중국의 '기술 허브'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 주민 수천 명이 "봉쇄를 해제하라", "자유를 달라"며 공개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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