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펠로시 의장 집 침입 80대 남편 폭행
"낸시 어디 있나" 트럼프 지지자 구호 외쳐
미 정치권 일제히 범행 비난...중간선거 파장 주목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집에 괴한이 침입해 남편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용의자는 극우 음모론과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주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온 40대 남성으로, 의도적인 범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열흘도 남지 않은 미국 중간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29일(현지시간) 미 언론과 펠로시 의장 측에 따르면 전날 새벽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펠로시 부부 자택에 데이비드 데파페(42)라는 남성이 침입했다. 그는 집에 홀로 있던 남편 폴 펠로시(82)와 마주쳤고 “낸시는 어디 있나, 낸시는 어디 있나”라고 외쳤다고 한다.
폴 펠로시는 욕실에 들어가 911에 전화를 한 뒤 스마트폰을 켜둔 채로 데파페와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911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기 직전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데파페가 휘두른 둔기에 머리 등을 가격당했다.
경찰에 체포된 데파페는 △살인 미수 △노인 폭행 △주거 침입 △위험한 둔기 폭행 등의 혐의로 구금됐다. 병원에 이송된 폴 펠로시는 두개골 골절 등으로 수술을 받았고 회복 중이다.
다음 달 8일 진행되는 미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워싱턴에 머무르던 펠로시 의장은 화를 피했다. 미 NBC 방송은 “범인은 펠로시 의장이 집으로 올 때까지 남편 폴을 묶어두려고 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데파페의 SNS와 블로그 계정에는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관련 음모론 글과 반(反)유대주의, 혐오성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그가 침입해 외친 “낸시는 어디 있나(Where’s Nancy?)”는 의사당 폭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복했던 구호이기도 하다. 빌 스콧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은 “(이번 침입은)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올해에만 펠로시 의장 공격 정치 광고에 수천만 달러를 쓰는 등 2010년부터 펠로시 의장을 집중 비판한 것이 이번 공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그와 대립했고, 국정연설 당시 연설문을 찢는 장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도 펠로시 의장 남편 피습 사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는) 너무나 많은 정치 폭력, 혐오, 독설이 있다”며 공화당의 선거 사기 주장 등이 정치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은 민주주의와 극단적 폭력 등의 이슈가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반트럼프·반극단주의 성향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내는 데 일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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