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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핼러윈에 마약류 ‘펜타닐 사탕’ 경계령

입력
2022.10.30 16: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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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진통제 펜타닐 미국 내 피해 급증
지난해 펜타닐 오·남용 사망자 7만여 명
'무지개 사탕' 펜타닐 적발...부모들 걱정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19일 적발된 마약류 진통제 펜타닐이 담겨 있었던 사탕 주머니. 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19일 적발된 마약류 진통제 펜타닐이 담겨 있었던 사탕 주머니. AP 연합뉴스

“지난 몇 년 동안 카운티 청소년 사이에서 약물 사용은 감소했지만 치명적인 오피오이드(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과다 복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州) 페어팩스교육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마약 및 약물 남용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대표적 오피오이드 펜타닐이 ‘무지개 사탕’ 모양으로 제조돼 유통된다며 사진을 곁들인 주의 이메일까지 발송한 것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을 챙기는 미국식 명절 핼러윈 데이(31일)를 맞아 부모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29일 미 AP통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10만7,521명이었다. 이 가운데 70% 정도가 오피오이드 펜타닐 복용으로 사망했다.

미국 전역에서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AP는 “연방정부 집계 결과 1979년부터 1998년까지 20년 동안 사망한 우발적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보다 2021년 한 해에 (약물 오·남용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며 대표적인 마약인 1970년대 헤로인, 80년대 코카인 위기보다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오피오이드는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처방 약과 불법 약물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 효과 덕분에 고통이 극심한 말기 암환자에게 주로 처방돼 왔던 약이다.

하지만 펜타닐은 환각성, 중독성, 살상력이 모두 높다. 중독 효과의 경우 헤로인의 50~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처방을 받아 오·남용하는 경우는 물론 간단한 제조법 덕분에 마약 밀매조직까지 생산·유통에 손을 대는 상황이다. 처방전이 없더라도 온라인이나 길거리 밀매상, 우편 배달 등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중독 피해가 확산되는 것이다.

지난 19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펜타닐 알약 1만2,000개가 사탕 주머니 속에서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AP는 “펜타닐과 유사한 약물은 주로 중국에서 선적된 화학 물질로, 멕시코 실험실에서 제조되는 게 발견되기도 했다”라고 보도했다. 펜타닐 역시 중국 원료 제공, 멕시코 제조 및 유통 경로를 따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청소년 사이에서 펜타닐 피해도 극심해지고 있다. 무지개 펜타닐의 경우 펜타닐에 빨강, 파랑, 초록 등 색깔을 입혀 사탕처럼 보이도록 제조됐다. 청소년이나 어린 아이들이 착각해 복용하기 쉽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미 2017년에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핼러윈 데이에 받아온 사탕 바구니에서 필로폰이 담긴 봉지가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AP도 “펜타닐은 이번 핼러윈에 아이들의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 바구니에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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