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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본리초 야구부 우승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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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본리초 야구부 우승 비결은?

입력
2022.10.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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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전국소년체전 5회 우승
유급생 1명 없이 소년체전 3년 연속 패권
제52회 회장기 전국초등 야구대회 우승

본리초 야구부 선수들이 제52회 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본리초 야구부 선수들이 제52회 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대구 본리초 야구부는 초등야구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지난 10년간 전국소년체전을 5회 우승한데다 유급생 1명도 없이 3년 연속 체전의 패권을 잡았으니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올해는 좀 위태로워 보였다. 전국 73개 팀 지난 24일까지 강원도 횡성군 베이스볼 파크에서 치른 제52회 회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본리초의 상대는 서울 갈산초 야구부였기 때문이었다.

갈산초는 올해 전국소년체전 서울시 대표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 최강팀이다. 본리초 선수들과 학부모, 팀 관계자들이 갈산초 야구부의 실력을 알기까지는 1회면 충분했다. 좋은 투수진, 철벽 내야, 탄탄한 조직력에 스피드까지 갖춘 선수들이 포진돼 있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야구를 알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었고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위기 상황 때 보여준 갈산초 강정학(52) 감독의 작전 구사 능력은 경기 수준을 한층 돋보이게 해 누구든 ‘엄지 척’을 할 정도였다.

서울 갈산초 야구부 강정학 감독. 박상은 기자

서울 갈산초 야구부 강정학 감독. 박상은 기자


경기 내내 주도권은 서울 갈산초에 있었다. 3회말 본리초 공격 무사 2, 3루의 황금 찬스에서 나온 스퀴즈 실패에 3루 주자 포스아웃, 2루 주자의 주루 미스가 더해지며, 루상에 있던 주자 2명이 모두 사라졌다. 본리초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플레이지만 수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갈산초 수비진의 모습은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본리초 주장 강규민의 아버지 강성학씨가 관중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본리초 주장 강규민의 아버지 강성학씨가 관중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그러나 본리초에게도 찬스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두 번 다시 따라 붙을 수 없을 것 같던 본리초는 4대 3으로 뒤진 6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시우(12)의 좌측 동점 솔로 홈런이 기적처럼 연출되었다. 그렇게 들어오지 않던 추가 점수가 김시우의 스윙 한번으로 만들어 졌다. 순간 3루측 본리초 응원석은 함성의 도가니, 1루측 갈산초 응원석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6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같은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올린 김시우 선수. 박상은 기자

6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같은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올린 김시우 선수. 박상은 기자


6회 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처럼 1점을 따라붙으며 만든 동점. 그리고 이어진 연장 7회말 1사 3루 찬스 상황에서 갈산초 강 감독은 만루작전을 펼쳤다. 타석에 들어선 본리초 백명서(12)의 잘 맞은 라인 드라이브 성 타구가 순식간에 갈산초 1루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더블 아웃. 이닝이 종료됐다.

본리초와 갈산초 선수들이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박상은 기자

본리초와 갈산초 선수들이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박상은 기자

연장전에 돌입한 양 팀 중 또 다시 먼저 달아난 팀은 갈산초였다. 연장 8회초 갈산초는 1득점에 성공하며 5대 4로 앞서나갔다.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갈산초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한 경기에서 승기의 흐름을 3번씩이나 상대팀으로부터 뺏어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본리초 야구부 전력의 50%라는 김우상(46) 감독은 달랐다. 이런 말이 왜 나오는지 스스로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대구 본리초 김우상 감독. 박상은 기자

대구 본리초 김우상 감독. 박상은 기자


본리초는 1점차 뒤진 8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미리 각본을 써놓은 것 마냥 동점을 만들었다. 2사 1, 3루 상황에서 1루 주자가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척하며 의도적으로 상대팀 수비수에게 협살에 걸려주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쇄도, 끝내기 더블 스틸을 성공시켰다. 동서울 IC 앞까지 가있던 우승 트로피를 서대구IC로 가져오며 제52회 회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 대회 우승팀이 되었다.

제52회 회장기 전국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본리초 야구부. 박상은 기자

제52회 회장기 전국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본리초 야구부. 박상은 기자

당시 현장의 야구 관계자들은 이런 경기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야구팬들에게 최대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비록 패했지만 갈산초 선수 및 감독 역시 최고였다고 치켜세웠다.

전국으로 생중계가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초등학교 야구선수가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펼칠 수가 있는 지 본리초 우승 비결이 궁금해 졌다.

고교 야구에서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기, 대통령배를 메이저 4개 대회라고 일컫는다. 초등학교, 중학교 야구 대회는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것은 단연 전국 소년체전이다. 소년체전에서 우승하면 1년 농사는 다 지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초, 중학교 야구부에게는 최고의 대회이다.

출전만으로도 각 지자체의 대표팀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지역 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받게 된다.

김우상 감독은 코치 생활을 시작한 율하초 야구부에서 소년체전 2회 우승, 본리초 감독으로서 소년체전 5회 우승 등 우리나라 현역 지도자 가운데 소년체전 우승 7회로 최다기록 보유자이다.

전국소년체전 2013~2015년 3연속 우승, 2017년 전국소년체전 우승, 2018년 전국소년체전우승, 2016년 삼성기우승, 2019년 U12 전국초등학교 대회우승, 2021년 협회장배(천안흥타령기) 전국초등야구대회우승, 2022년 제52회 회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우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대회가 없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전국대회 우승을 일구어냈다.

김우상 감독과 본리초의 우승을 높이 평가하는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유급생이 없다는 사실이다. 고교 야구팀과 달리 초등학교 선수들은 1년의 시간차가 너무나도 크다.

초등 6학년이라도 현역과 유급생은 신장과 힘에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본리초 야구부는 유급생을 받지도 유급을 시키지도 않는다. 전국소년체전 3연패를 할 때도 유급생 한 명 없이 이룬 성과라 더욱 가치가 있다.

본리초 야구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은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다. 어느 지자체,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학생 수 감소로 학교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리초 김 감독은 수도권 팀이 아님에도 선수 스카우트를 하러 다니지 않는다. 이유는 입단하기 위해서 인근 포항, 경주, 구미는 물론 멀리는 경기, 경남에서까지 본리초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야구부 인원의 90%가 입단을 위해 스스로 이 학교를 찾아온 케이스이다. 인적 자원이 밀집된 수도권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더욱이 본리초 야구부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3학년 여름 방학 전에는 입단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는 학생을 들이지 않는다. 또한 테스트에 합격했더라도 바로 받지 않고 최소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적응 기간을 학생과 학부형에게 부여한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며 적응을 하는지, 야구부 방침과 훈련 등을 이해하는지. 학부모 또한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감독의 성향을 파악하고 서로간의 신뢰 관계가 구축돼 아이를 믿고 맡길수 있을 때 입단을 시키라고 한다.

이렇게 야구부에 들어온 아이들은 실패할 확률이 확연히 줄어든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의 스승이기도 한 율하초 야구부 남동율(57) 감독은 “본리초 야구부는 지방팀이지만, 이미 전국구 팀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기에 전국에서 야구로 성공하고 싶은 아이들이 몰려온다. 이렇게 선발된 아이들이 3학년 때부터 한 팀을 이루어 매년 한 학년을 거쳐 올라가 6학년이 되었을 때는 강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저학년 때부터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야구 선배들이 5, 6학년에 포진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학년은 고학년을 보면서 따라하고 궁금한 것은 묻는 과정 속에서 본리초만의 야구 문화가 생기고 정착됐다. 이것이 본리초의 우승 DNA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본리초 김 감독은 솔직히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6학년 졸업반 선수들에게 4년간 열심히 잘 따라주었고 열심히 했으니, 하고 싶은 경기 마음껏 하고 후회 없이 즐기라고 했다. 그래서 준결승까지 선수들에게 번트, 도루, 웨이팅, 변화구 사인 한번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자꾸 이깁디다. 선수들이 이야기도 하고 서로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경기를 하는 모습이 보여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잘 해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고 했다.

또 "결승전 마치고 되돌아보니 감독인 내 스스로 이기려고 얼마나 용을 쓰며 소리를 질렀던지 목이 다 쉬었다. 선수들에게 온갖 멋있는 말은 다해놓고 우승하려고 내가 더 설친 것 같다.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거리 만들어 주려고 함께 온 대회에서 도리어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선수에게서 받아 고맙고 민망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김 감독은 “야구부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도와주시고, 전국대회는 물론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 예선전부터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관람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 돋아주시는 장정(62) 교장 선생님께서 내년 2월 정년퇴임이신데, 이렇게 우승트로피를 드릴 수 있게돼 너무 기쁘다. 결승전 전날 선수들에게 6학년은 본리초 야구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이고, 그동안 우리 야구부를 사랑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신 교장선생님의 퇴임 전 마지막 경기니, 최선을 다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털어 놓았다.

선수 격려차 야구장을 방문한 장정 본리초 교장. 박상은 기자

선수 격려차 야구장을 방문한 장정 본리초 교장. 박상은 기자


본리초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이 김우상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박상은 기자

본리초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이 김우상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박상은 기자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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