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정부 출신 핵심 장관 대거 유임… 총 13명
예산안 발표 11월 17일로 2주 반 연기… ‘신중 모드’
취임 일성으로 ‘안정과 통합’을 내세운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가 당내 반대파를 아우르는 조각을 단행했다. 영국 최초의 비(非)백인, 최연소 총리로서 통합에 방점을 둔 리더십을 보인 셈이다. 그는 새 내각의 예산안 결정을 놓고도 장고에 돌입하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낵 신임 총리는 이날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 트러스 정부 출신 핵심 장관을 대거 유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정부에서 유임된 주요 인사는 모두 13명(직책 이동 포함)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44일 만에 물러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면서도 내각 주요 장관을 상당수 유임하거나 전임 정권의 내각 인사들을 재기용한 것이다. 최근 경질된 쿼지 콰텡 전 장관의 후임으로 긴급 투입됐던 헌트 장관의 유임은 잦은 내각 교체에 따른 피로감을 의식한 조치로, 클리버리·월리스 장관의 기용은 당내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지지세력을 포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뒀다”고 이번 인사를 평가했다. 반대파까지 끌어안음으로써 당내 통합과 결집에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더 타임스는 앞서 트러스 전 총리가 경쟁자였던 수낵 신임 총리 측 인사를 내각에서 전면 배제해 당내 분열을 불러왔다며, “트러스 정부 인사를 수낵 총리가 다시 기용한 것을 보면 반대파까지 손을 뻗으려는 의지가 드러난다”고 해석했다.
수낵 총리는 정권의 안정적 출범 여부를 결정할 예산안 공개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수낵 신임 총리가 주재한 첫 내각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올바른 결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31일로 예정했던 중기 재정 전망 발표를 11월 17일로 2주 반 미룬다고 밝혔다.
31일 공개될 예산안은 수낵 내각의 안정적 출범과 롱런 여부를 결정할 1차 테스트로 여겨졌다. 전임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은 대부분 폐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리한 긴축이 오히려 영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수낵 총리로서는 '긴축은 하되, 경제 활력은 유지하는' 절묘한 예산안을 내놓아야 한다. 트러스 전 총리처럼 서둘러 예산안을 공개했다가 시장에 혼란만 안기고 불명예 퇴진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헌트 재무부 장관은 "(예산안 공개 연기는) 우리가 내릴 몹시 어려운 결정들이 오랜 세월에도 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적 안정을 되찾고 영국이 돈을 지불하는 나라라는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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