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공정에 2년 넘게 일했다면 직접 고용해야"
노동계 "불법파견 쐐기" 전경련 "예상 못한 손실"
대법원이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자동차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자들에게 각각 57억 원과 50억 원에 해당하는 임금 차액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차의 사내하청 근로자 3명에 대해서만 "업무 형태를 더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 쟁점은 간접공정을 맡은 2차 협력업체 직원들도 현대·기아차와 직접 고용 관계가 있는지 여부였다. 간접공정은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관련 업무(골조 용접, 부품 조립, 차체 도료 작업)가 아닌 엔진이나 범퍼 같은 소재 제작이나 출고 업무 등의 작업을 말한다. 통상 원청과 계약한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2차 협력업체가 주로 맡는데, 이들은 원청의 직접 지휘와 명령을 받으면서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1·2심은 사측이 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의 구분 없이 업무를 나눴고,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작업 장소나 시간, 속도를 결정하는 등 실질적 지휘·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직접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도급 관계라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 파견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사측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 내용과 임금 등 구체적인 노동조건에 관여한 것은 물론 사내하청업체 조직이나 경영까지 결정한 것으로 봤다.
대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했다"고 밝혔다. 소송 제기 12년 만에, 대법원 심리 6년 만에 노동자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노동계와 재계 반응은 엇갈렸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이 자동차 업종에서 불법파견 소송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간접공정까지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확대해 기업에 예상치 못한 손해를 발생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에 따라 각 해당 사업장에 맞게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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