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경질 아닌 일신상 사유"... "건강 문제" 제기도
4개월 만의 사의 표명에, 내부 갈등설 등 온갖 관측 난무
후임 기조실장에는 검찰 출신 김남우 변호사 유력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려 온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국회 국정감사 전날 돌연 사직했다. 대통령실과 국정원이 “일신상의 사유”라며 말을 아끼면서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다. 건강 이상에서부터 상관인 국정원장과의 인사 갈등, 국정원 내부 저항 등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26일 대통령실과 국정원에 따르면 조 실장은 전날 오후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오후 8~9시쯤 이 같은 내용이 국정원에 통보됐고, 조 실장은 바로 면직 처리가 됐다.
조 실장의 돌발 사직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언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건강 문제가 있어 입원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꺼렸다.
국정원도 입을 닫긴 마찬가지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국정원 국감 도중 브리핑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파악될 뿐,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국정원은 사임 이유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꼬리를 물었다. 일각에선 김규현 국정원장과의 갈등도 제기됐다. 김 원장은 조 실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대통령실 통보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의원은 “국정원장이 대통령실 담당 비서관으로부터 (조 실장 사의 표명 사실에 대해)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다”며 “조 실장이 직접 김 원장에게 사의 표명 전화를 한 바는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원장이 패싱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현한 것이기에 ‘국정원장 패싱’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조 실장이 대통령실에 제출한 국정원 고위직 인사안이 김 원장의 반대로 뒤집히자 사직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페이스북에 “인사 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등 풍문은 들었지만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썼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인사 갈등설에 대해 "그런 사안은 없다"고 부인했다고 윤 의원이 전했다.
일각에선 내부 갈등도 거론된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인사와 예산관리를 총괄하는 자리다. 명목상 국정원 1·2·3차장과 함께 차관급 대우를 받지만 실질적인 '국정원 2인자'로 통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최측근 검찰 인사로 불리는 조 실장을 임명해 국정원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 내부 견제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검찰 출신인 조 실장과 국정원 인사들 간 갈등이 크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의 개인 비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대통령실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고위 관계자는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경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거듭 말하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지라시를 근거로 답변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국정감사 하루 전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국정감사와 (사의 표명에)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실장의 후임으로는 김남우(53·사법연수원 28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아직 검증이 남아 있어 내정 단계는 아니지만 유력 후보자는 맞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검사는 법무부 법무과장과 대검찰청 수사지휘과장·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2월 부임한 서울동부지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관련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을 떠났고 이후 김앤장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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