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정치 개입·불법 사찰 관여 혐의
"경찰 조직을 정치편향 조직으로 만들어"
이철성 전 청장 집행유예… 현기환은 면소
박근혜 정부 당시 총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경찰청 차장이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현기환 전 의원은 사법적 판단 없이 형사소송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경찰 수장을 지낸 두 사람에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기능해야 할 경찰 조직을 공직선거에 개입하도록 하고 정치 권력의 부당한 권력에 따르는 정치편향적 집단으로 전락시킨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국가기관이 공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는 등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親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대책을 세워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청 정보국 직원들에게 전국 선거구의 '판세 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동향' 등의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
강 전 청장 등은 청와대 요청에 따라 대구지역 등 총선 동향 자료를 작성해 배포한 것은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가 보더라도 후보자의 효율적 선거운동을 위한 계획 수립에 활용될 수 있는 자료"라며 "그 자체로 직권남용이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선거개입"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특히 강 전 청장을 향해 "12만 경찰 조직 수장이자 경찰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데 지휘·책임을 방기하고 위법한 지시를 했다"며 "공직선거에 정보경찰이 개입하는 결과를 야기해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지시를 받았고 정보경찰의 오랜 관행에 따라 범행에 이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
경찰청에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현기환 전 수석은 20대 총선과 관련한 새누리당 공천개입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확정받았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 청와대 지시를 경찰청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 박화진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 전 청장 등은 2012~2016년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내며 대통령과 여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좌파 세력'을 사찰하고 관련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을 별도로 기소했으며,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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