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만큼 전쟁의 긴장감이 여전히 고조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아주 놀라운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도시의 보행로에 개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었던 겁니다.
개들이 줄지어 선 곳의 끝에는 거리의 한 도로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도로 표지판에는 배관이 테이프로 묶여 있었고, 개들은 배관에 마련된 식사를 차례대로 먹었습니다. 이 식사를 마련한 동물보호 활동가 네이트 무크(Nate Mook) 씨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이 광경을 사진으로 남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예전에 본 적이 없었다
네이트 무크, 자신의 트위터에서
무크 씨가 말한 것처럼, 이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보통 먹을 게 보이면 개들은 앞다투어 달려듭니다. 특히 먹이를 정기적으로 급여받지 못하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 먼저 먹겠다고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사진 속 개들의 모습은 매우 얌전해 보였습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무크 씨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우크라이나 동물들을 돌보는 일에 힘써왔습니다. BBC에 따르면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사람 1,200만 명이 고향을 등져야 했다고 합니다. 그중 500만 명은 폴란드, 몰도바, 루마니아 등 이웃 나라로 떠나버렸고, 700만 명은 우크라이나 타지역으로 이주해야만 했죠.
이렇게 사람이 떠나버린 자리에 수많은 동물들이 덩그러니 남겨진 겁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쟁이 벌어진 뒤 약 50만 마리의 개들이 홀로 지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무크씨 역시 “과거 가족이 있었던 개나 고양이들이 버려진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며 “이런 동물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전쟁 한복판을 헤매는 동물들을 수차례 돌본 무크 씨의 눈에도 질서를 지키며 식사를 기다리는 개들의 모습은 매우 생소한 듯합니다. 마치 ‘같이 살아남자’며 서로를 배려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네요.
무크 씨는 도네츠크 외에도 루한스크, 하르키우 등 전쟁의 한복판을 돌아다니며 떠돌이 동물들을 돌봤습니다. 그를 돕는 자원봉사자도 많았습니다. 무크 씨는 자신의 SNS에 “식량만큼이나 중요한 게 동물들을 위한 대피소”라며 “자원봉사자들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항상 목숨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러시아군이 철수한 스비아토히르스크의 동물 보호소에 기부된 사료 230kg를 전달하는 임무도 맡았습니다. 그는 “이곳 보호소엔 38마리의 고양이를 비롯해 수많은 개들이 머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여전히 이런 개들이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미처 챙기기 어려운 동물들에게도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무크 씨와 봉사자들, 그리고 동물들이 부디 안전한 삶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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