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스위스 대사관 주말마다 예약자에 개방
서울 종로구 송월동 고층 아파트 사이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스위스 한옥'으로 불린다. 한옥에서 차용한 ㄷ자 형태의 건물 구조와 마당, 목재를 이용한 격자 창살, 부드러운 지붕선 등이 단아하면서 세련된 멋을 풍긴다. 2019년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로 새로 지어져 관심을 모아온 건축물이지만, 외교공간 특성상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스위스 대사관이 내년 한-스위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한시적으로 대사관을 개방한다. 한옥과 서양 건축을 접목한 '스위스 한옥'을 거닐면서 전시회를 즐길 수 있는 나들이 기회다. 전시회는 한국과 스위스의 젊은 사진가 8명이 참여하는 사진전 ‘스페이스리스(Spaceless)’로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22일부터 시작된 전시회는 다음 달 6일까지 열린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대사관이 개방되며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이번 사진전은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는 주제전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마다 도시나 마을처럼 일상적 공간을 새로운 시점과 시각으로 조명해 생경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알렉산드라 도텔은 이스라엘의 신흥종교 집단이 수십 년 전에 건설한 기묘한 마을을 사진에 담아냈다. 궁전처럼 보이는 건축물을 통해서 이상향을 건설하려던 시도와 그 결과를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도텔은 “유토피아의 꿈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던 시도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정영호는 온라인 공간에서 오간 단어들에서 열쇳말을 뽑아냈다. 그리고 단어들의 언급 빈도를 전자 공간에서 3차원(3D)으로 조형한 모습은 산맥이나 크게 확대한 금속의 표면처럼 보인다. 이를 3D 프린터로 실물로 제작하고 촬영한 작품이다.
플로리안 아모저는 새로운 시점을 만들기 위해서 드론에 촬영을 맡겼다. 드론은 미리 입력한 좌표에 도착해 상하로 움직이면서 지하 터널의 지상 환기구를 십수 차례 촬영했다. 사진들에서 구조물은 드론의 움직임과 사진기의 특정한 작동 방식 때문에 조금씩 일그러져 있다. 아모저는 직접 제작한 360도 촬영 장비의 중심에 일종의 기계 부속품을 올려두고 촬영한 신작도 공개했다. 주목할 점은 그가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다. 사진은 길이 4m 종이에 인쇄돼 두루마리 형태로 벽에 내걸렸다. 종이는 반쯤 펼쳐진 두루마리에서 감기고 풀리며 무한히 회전한다. 360도 입체 형상을 평면에 펼쳐낸 작업이다. 전시를 기획한 천경우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는 “이 대사관은 도시 속에 있으면서도 도시와 따로 분리된 공간적 특성이 있다”면서 “공간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들과 대사관의 구조적 특성이 맞닿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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