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안 의사 하얼빈 의거 113주년 맞아
당시 중국 만주지역 언론보도 내용 최초 공개
"하얼빈 소나무 관... 조선 풍속 따라 고별식"

남궁선 국가보훈처 보훈예우국장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안중근 의사 순국 당시 중국 현지 신문기사를 공개하며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일제에 체포돼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장례식이 ‘조선 예법’에 따라 치러졌다는 당시 중국 언론 기사가 최초 발굴됐다.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감옥 내 사형수 공동묘지에 매장됐을 것이라는 기존 추측에도 힘이 실린다.
국가보훈처는 안 의사 의거 113주년인 26일, 안 의사 유해의 행방과 장례절차에 관해 보도한 중국 신문 기사를 공개했다. 보훈처가 발굴해 이날 공개한 안 의사 순국(1910년 3월 26일) 4일 후인 중국 만주지역 신문인 ‘성경시보’의 1910년 3월 30일 기사에 따르면 안 의사의 둘째 동생인 안정근 지사는 안 의사와 친분이 있던 감옥 관리자에게 장례 절차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관리자는 이에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하얼빈의 소나무로 만든 관에 유해를 안치하고 조선 풍속에 따라 관 위에 흰 천을 씌우도록 하고, 영구를 감옥 내의 교회당에 둔 후 우덕순 등 3명의 죄수들에게 조선 예법에 따라 두 번 절을 하게 하여 고별식을 치르도록” 허락했다는 것이 당시 보도다.

국가보훈처는 안 의사 유해의 행방과 장례절차에 관해 보도한 중국 신문 기사를 안중근 의사 의거 113주년인 26일 공개했다. 사진은 안 의사 유해의 행방과 장례절차에 관해 보도한 1910년 3월 30일 중국 성경시보 기사. 국가보훈처 제공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감옥 내 공동묘지에 매장됐을 것이라는 기존 가설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당시 보도에 담겼다. 기사에 따르면 안정근 지사는 안 의사 유해를 한국으로 옮겨 매장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일본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일본 당국은 “유해는 다른 사형수와 동일하게 감옥이 관리하는 사형수 공동묘지에 매장될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현재 안 의사 매장지로 추정되는 지역은 둥산포, 원보산, 뤼순감옥 박물관 부지 등 3곳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보산은 당시 구리하라 사다키치 뤼순감옥 소장의 딸 이마이 후사코의 증언 등을 토대로 2006년 남북공동조사단 등이 공식 지목해 2008년 발굴 작업을 실시한 바 있으나 무위로 그쳤다. 현재 이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추가 발굴은 사실상 어렵다.

안중근 의사. 독립기념관 제공
보훈처는 “그간 형무소 관계자의 회고록과 일본 정보보고서를 통해 추정한 안중근 의사 유해의 행방에 관한 정보를 보도한 만주 현지 기사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 관련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을 계기로 유해 발굴이 하루라도 더 빨리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해 중국 정부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으며, 안 의사 유해의 정확한 매장 파악을 위해 관련국 주요 문서보관소에 관한 조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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