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박 전 대통령 치적 홍보 조형물 추진
내년 2월 설치... "관광객 유입 효과 기대"
"이미 많은데... 민심 동떨어진 계획" 지적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시에 그를 상징하는 새로운 조형물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산업 근대화 성과를 알리고 치적을 재조명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미 박 전 대통령 기념물과 추모 공간이 많아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박정희 대통령 상징 조형물 제작ㆍ설치’ 입찰 공모를 내고 구미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야외 공간에 총 사업비 3억 원을 들여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도는 제안서 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모작을 선정한 뒤 내년 2월쯤 제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대형 조형물 한 개나 소형 2, 3개가 설치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주변 명소 등 관광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도의 방침이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지금도 세금을 들여 조성한 박 전 대통령 기념물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2018년 문을 연 새마을운동테마공원에 907억 원, 지난해 개관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에는 159억 원이 쓰였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에도 286억 원이 투입됐다. 생가 바로 옆에는 2011년 5m 높이의 동상 역시 마련됐다.
아울러 경북도와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 생가의 추모관 규모를 키워 별도 ‘숭모관(崇慕館)’ 건립을 추진 중이다. 숭모관은 더 많이 높여서 예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생가와 민족중흥관, 새마을운동테마공원 등의 시설 부지만 약 33만㎡에 달한다. 구미 시민 김성현(39)씨는 “불경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치적 사업에 골몰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시민 박모(42)씨도 최근 보혁 갈등이 고조되는 현실을 거론하며 “구미가 안 그래도 박 전 대통령을 우상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또 다른 분란의 소지를 만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미 말고도 전국 곳곳에는 민관이 추진한 박 전 대통령 관련 시설과 기념물이 산재해 있다. 군부 인사들이 5ㆍ16군사정변을 계획했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옛 수도방위사령부)에는 그의 흉상이,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경기 성남시 새마을중앙연수원에는 동상이 설치돼 있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비롯해 강원 철원 군탄공원, 경북 포항ㆍ울릉ㆍ청도 등 박 전 대통령이 다녀갔거나 관계된 지역에도 그의 발자취를 기념하는 비석과 조형물들이 여럿 있다.
시민사회는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물이 충분한 데다, 사업 효과도 미미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근래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서민 경제가 바닥인데 새로운 기념 조형물 설치는 민심과 동떨어진 계획”이라며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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