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수거 차원서 특정 해변과 기관 매칭
원조는 미국 텍사스주 '해변 입양' 프로그램
2020년 9월 제주도서 시작돼 전국 확산
6곳 운영 인천시, 추가 기관 모집 나서
지난달 30일 인천 중구 을왕동 선녀바위해수욕장. 서울시설공단 임직원 56명이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길이 1㎞가 채 안 되는 해변에서 1시간 동안 수거된 쓰레기는 1톤이 훌쩍 넘었다. 생활폐기물과 폐어구, 폐건설 자재, 스티로폼 상자, 나무판자 등 1,480㎏의 쓰레기가 대형 마대에 담겨 처리됐다.
서울시설공단 임직원들은 지난달 28일 반려해변 제도를 통해 선녀바위해수욕장과 연을 맺었다. 반려해변 제도는 기업·단체·학교 등 특정 기관이 특정 해변을 맡아 반려동물처럼 돌보고 가꾸는 프로그램이다. 해양오염 방지를 막기 위해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36년간 미국 48개 주와 영국과 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에서만 54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는데, 이들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만 9,700여 톤이다.
반려해변 2년 만에 3개에서 61개로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텍사스주 프로그램을 재해석한 반려해변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9월 제주도를 시작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제주 금능·표선·중문색달해수욕장이 각각 제주맥주와 하이트진로, 공무원연금공단에 입양된 게 첫 사례다. 이후 인천, 경남, 충남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달 13일 기준으로 80개 기관이 전국 61개 반려해변 사업에 참여 중이다. 시작한 지 2년이 안 됐지만, 반려해변 입양 기관은 26배, 반려해변은 20배 넘게 급증했다. 참여 업체인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양자원 보호에 기여할 방법을 찾던 중 반려해변 제도를 알게 돼 참여했다"며 "직원들 반응도 좋아서 앞으로 활동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해변 입양 기관은 연 3회 이상 해변 정화활동을 수행하고, 해양환경보호 캠페인을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진행한다. 참여 기간은 2년이지만 원할 경우, 연장이 가능하다.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 종류와 수량을 기록해 추후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이 기존 민간 참여 방식의 해양쓰레기 수거사업과 다른 점이다.
"정부 대응만으로는 한계...해변 입양 관심 필요"
100여 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의 경우 지난해 8월 CJ제일제당이 중구 마시안해변을 처음으로 입양한 이후 1년여간 6곳이 추가로 반려해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구 용유·을왕리해변, 왕산·하나개해수욕장, 옹진군 드무리·농어바위해변이다. 반려해변 입양 기관도 지난해 3개에서 올해 12개로 4배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주한미국대사관과 함께 지난달 1일 마시안해변에서 정화활동을 펼쳤다. 인천을 비롯해 올해 전국의 반려해변 입양 참여 기관들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만 10톤에 이른다. 호응이 늘자 1,066㎞에 이르는 해안을 직접 관리하는 인천시는 현재 강화도 황청항, 민머루 해변, 보문선착장, 옹진군 선재도 사메기 해변 등을 입양할 기관을 추가로 찾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변 길이가 1만4,962㎞에 달하고 해양쓰레기는 유입 경로가 다양해 정부나 행정기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관들의 반려해변 입양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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