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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알아야 할 것

입력
2022.10.24 16:3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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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최측근 구속으로 ‘판도라의 상자’ 열려
민주당과의 운명공동체, 결자해지해야
윤 정부, 사정정국 장기화 부작용 고려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은 이전과는 다른 국면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이 대표 관련 수사는 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혔으나 치명상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배임이니 직권남용이니 하는 혐의는 숱한 법적 난관을 돌파해온 그에겐 또 하나의 통과의례 성격일 수 있다. 하지만 돈이 건네진 정황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도덕성이 의심받고 있고, 그를 지지했던 이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의 회유와 협박, 나아가 조작을 주장하나 타당한지 의문이다. 풀려난 이 대표 측근 유동규의 거침없는 발언에서 그런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이 세계에는 의리가 없다. 내가 착각하고 살았다”는 그의 말에는 후회와 분노, 모멸감이 묻어난다. 실낱 같은 단서라도 얻어내려는 검찰은 이런 심경을 수사에 활용해 자백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방어전략으로 특검을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이 권력을 의식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쓰라고 만든 게 특검의 칼날이다. 이전 정권과 야권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 논란이 없지 않지만 아직 임계점에 다다른 건 아니다. 진정 특검을 하려 했으면 대선 전 옥신각신하던 때 관철시켰어야 했다. 위기 모면용으로 비쳐서는 여론 지지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과 한 몸으로 묶인 민주당이다. 제 몸을 태울 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돌진한 불나방이 된 격이다. 1,600만 표의 강력한 지지가 오히려 독이 된 형국 아닌가. 이재명ㆍ문재인을 동시에 겨냥한 집중 포화는 당장은 정렬의 흔들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늪에 깊이 빠질수록 헤어 나오기는 더 어려운 법이다.

여당에선 가급적 검찰 수사가 오래 가기를 원한다고 한다. 왜겠는가. 양당제가 공고한 체제에선 어느 한쪽의 불행은 다른 쪽의 이득이 되기 마련이다. 그간 이준석 사태로 추락을 거듭했던 국민의힘으로선 이재명의 위기를 반전의 모멘텀으로 삼고 싶은 것이다.

결국 열쇠는 이 대표가 쥐고 있다. 그가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보궐선거에 나서고, 연이어 당 대표에 출마한 것은 ‘사법 리스크’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그를 의원으로 뽑아주고, 제1야당을 맡긴 것도 그간 ‘털 끝 하나’ 관여되지 않았고 ‘돈 한 푼’ 받지 않았다는 그의 말을 믿어서였다. 지금도 그가 당당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은 의아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들에게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의 분신과 같다는 사람이 구속된 데 대해 합당한 설명을 하고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길 바란다. 2004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쓰고 대선 자금 수사를 받자 “당원들이 선거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면 마땅히 후보였던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결기와 태도다.

야당 대표와 문재인 정권 수사로 정국은 사정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고 있다. 사정정국의 특징은 모든 국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데 있다. 경제도, 안보도, 정책도 모든 이슈가 뒤로 밀려난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것도 사정정국에 눈과 귀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비리가 있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수사하는 게 마땅하지만 ‘인디언 기우제’ 식으로 진행되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민주당이나 정권이나 플랜B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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