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남 무안군 동물보호소. 이곳에서 지내던 강아지 ‘무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호소 봉사자 A씨가 의식을 잃은 무무와 또 다른 강아지 ‘무안이’를 발견하고 급히 타 지역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무무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무안이도 병원에서 처치를 받았지만, 3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물병원 수의사는 무안이와 무무의 사인을 ‘고나트륨혈증’(Hypernatremia)으로 진단했습니다. 물을 마시지 못해 몸에 수분이 부족한 까닭에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속히 올랐다는 뜻입니다.
A씨는 무안이와 무무를 떠나보낸 뒤, 이 보호소의 실상을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이 보호소의 문제점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어서였습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호소의 실상을 전했습니다. 이 게시글을 접한 동물보호단체 ‘다솜’도 나섰습니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시민들도 분개했습니다. 무안군청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1주일새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와 ‘동물보호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질타했습니다.
무안군에 상주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다솜’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이번 일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무안군과 동물보호소 위탁 운영 계약을 맺은 소장 B씨가 무안군으로부터 운영비를 받은 뒤, 동물 관리를 소홀히 해왔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동물보호소 운영을 맡은 B씨는 동물과 전혀 관련이 없는 본업 때문에 보호소에 잘 들르지 않았고 평소에 동물을 관리하는 상주 인력도 없었다는 게 다솜의 주장입니다.
이번에 목숨을 잃은 무안이와 무무 외에도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굶는 동물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A씨에 따르면 봉사하러 방문할 때, 개들에게 사료를 주면 개들은 그 사료를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고 합니다. 개들이 제대로 된 사료와 물을 급여받지 못했다고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다솜이 B씨의 혐의를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무안군이 공개한 ‘2022년도 무안군 유기동물 처리 현황’에 따르면 279마리가 구조됐는데 반려인에게 돌아간 사례가 9건, 입양됐거나 동물보호단체 사설 보호소로 옮겨진 사례가 75건이었습니다. 반면 안락사는 95건, 자연사는 98건이었습니다. 다솜 관계자는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지급된 비용대로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자연사가 이렇게 많이 발생할 수는 없다”며 방치의 결정적인 근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안군은 B씨에게 포획 및 관리비로 15만원씩을 지급하는 등 연간 5,71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B씨는 동물학대 혐의 외에도 안락사 지침을 어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제보자 C씨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6월, 강아지 5마리를 구조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17조에 따르면 ‘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7일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또한 10일이 지나도록 소유자를 알 수 없으면, 그제야 지자체 소유가 됩니다. 즉, 유기동물을 안락사하려면 최소 10일은 동물을 보호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B씨는 구조 다음날 강아지 5마리를 안락사 조치했습니다. 육안으로 피부병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C씨는 “B씨는 피부병이 없는 강아지들도 함께 안락사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안락사가 사실은 ‘고통사’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원래 안락사는 1차적으로 수면마취제를 주사해 의식을 소실시킨 뒤 안락사 주사를 투여해 고통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C씨는 “B씨는 무안의 동물병원 수의사를 동원해 마취제 주사 없이 안락사에 자주 사용되는 ‘석시콜린’(근육이완제)를 주사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솜 관계자는 이 증언과 증거자료들을 첨부해 무안경찰서에 B씨를 고발했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곧 B씨를 상대로 이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또한 다솜은 무안군과 협의해 현재 보호소에 남아 있는 동물 47마리 중 처치가 필요한 20마리를 우선 구조해 보호하고 있으며, 이후에는 27마리도 추가 구조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17일 무안군과의 면담을 통해 향후 동물보호소 운영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다솜 관계자는 “무안군을 향해 이달 3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고, 현재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안군에 따르면 B씨가 운영하기 전에는 동물생산업자가 위탁 운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안군 관계자는 “이전 위탁업자가 동물을 돌보는 전문성은 갖추고 있었지만, 동물단체가 윤리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 사업자를 찾아야 했다”고 사업자 교체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B씨를 사업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인력이 부족한 지방 특성상 모든 조건을 갖춘 위탁업자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직영화 전환도 이전에 고려 대상이었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만큼 직영화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보호소 업무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솜 김준원 대표는 “지자체 위탁보호소 문제는 무안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인근 지역 지자체 동물보호소들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활동 중인 다솜 관계자는 “현재 소장 B씨의 개인 신상을 취득한 일부 시민들이 아무 상관 없는 B씨 가족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보호소 정상화를 위해 다솜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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