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 뒤섞여
경찰 40명 배치 "경찰 언론 관심 부담"
23일 오후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전 두목 이모씨의 팔순잔치가 부산 시내 한 호텔에서 열렸다. 이씨는 1970년 초반 조직을 장악한 뒤 2010년까지 칠성파를 이끌어왔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조폭 등 하객 300여 명이 참석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4시부터 호텔 로비와 연회장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들어찼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의 대화 사이로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 사투리가 섞인 안부 인사가 오갔다. 참석자 대부분은 평범한 옷차림이었으나 검은 양복을 입고 90도로 허리를 꺾는 이른바 '깍두기 인사'를 하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연회장 앞 복도 벽면엔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 이름이 적힌 화환이 즐비했다.
이씨는 오후 4시 20분쯤 휠체어를 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2006년부터 뇌경색과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2016년에는 간병인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인들과 잠시 담소를 나눈 이씨는 곧장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이씨가 입장하자 앉아 있던 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인사했다. 행사 시작 직전 30대 조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이제 그만 관심을 접고, 초대받지 않은 이들은 나가달라”며 취재진 등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부산경찰청은 이날 광역수사대와 관할인 부산진경찰서 8개 팀 형사 40여 명을 호텔 안팎에 배치했다. 불미스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행사도 예정된 오후 9시보다 2시간 이른 오후 7시에 끝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주최 측에 위력을 과시하거나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언론 등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자칫 충돌이 일어나면 조직이 와해될 수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진 칠성파는 6·25전쟁 후 피란민과 원조물자, 수산물, 밀수품 등이 몰려든 부산항 주변에서 각종 이권을 챙기며 성장했다. 부산의 또다른 조직 '신20세기파'와 30여 년 동안 주도권을 두고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도 부산 광안대교에서 세력다툼을 벌여 73명이 경찰에 체포돼 24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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