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지지 128명 확보한 수낵, 존슨 막기 총력전
존슨 "100명 확보" 주장…당원 투표 가면 유리 분석
22일 양자 회동… "보수당 분열 막자" 단일화 논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초고속 복귀’를 놓고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 여론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선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감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당원들 사이에선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인기가 여전하다.
두 사람은 한때 동지였다가 존슨 내각 붕괴를 계기로 완전히 틀어진 사이라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당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측이 긴급 회동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인식했기 때문이지만, 완전한 갈등 봉합과 안정적인 차기 내각 출범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가는 수낵 vs 맹추격 존슨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수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수낵 전 장관은 의원 133명의 공개 지지를 얻으며 55명을 확보한 존슨 전 총리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 24일 후보 등록을 하려면 ‘동료 의원 100명 이상 추천’이라는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리즈 트러스 총리의 사임 소식에 휴양지에서 급거 귀국한 존슨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지지자 100명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수낵 대세론’을 경계하고 있다.
수낵 전 장관 지지자 명단에는 존슨 내각에서 총리 비서실장까지 지낸 스티브 바클레이 전 보건장관을 비롯해 △데이비드 프로스트 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담당 부장관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장관 △도미닉 라브 전 외무장관 △톰 투겐드하트 하원 외교위원장 △케미 바데노크 국제통상장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트러스 총리의 무리한 감세 정책이 영국 경제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듯, 존슨 전 총리의 복귀도 금융시장에 불안정성을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200억 파운드(약 32조 원) 규모 증세안을 비롯해 31일 발표될 내년 정부 예산안이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브 전 장관은 “우리는 뒤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수낵은 재무장관 시절 올바른 재정 계획을 세웠고 지금도 여전히 그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전 총리는 벤 월러스 국방장관과 제이콥 리스 모그 비즈니스·에너지·산업장관,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 등 내각 출신 의원 6명에게서 지지를 이끌어냈다. 파텔 전 장관은 “존슨은 영국을 더 번영하는 미래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슨 전 총리는 부적절 인사 논란으로 9월 6일 공식 퇴임한 지 7주 만에 초고속 복귀를 노리고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는 23표에 그쳤다. 하지만 보수당 의원 357명 중 211명만이 지지 후보를 밝힌 상황이라 아직은 산술적으로 최대 3명까지 입후보가 가능하다. 후보가 2명이면 28일 당원 온라인 투표로 승자를 결정하고, 후보가 3명이면 먼저 의원 투표를 통해 2명을 가려낸다. 존슨 전 총리와 모돈트 원내대표 둘 다 100명 확보에 실패할 경우, 수낵 전 총리가 단독 입후보하게 돼 당원 투표 없이 곧바로 차기 총리가 결정된다.
수낵 굳히기냐, 단일화냐, 존슨 뒤집기냐
보수당 안팎에서 잡음이 커지자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는 22일 저녁 긴급 회동을 했다.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존슨 측이 당내 분열적 싸움을 피할 수 있는 거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고, 텔레그래프는 “수낵이 존슨에게 외무장관직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일화를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낵 전 장관은 존슨 내각에서 요직인 재무장관을 지냈으나, 올해 7월 존슨 전 총리가 부적절 인사 논란에 휘말리자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 존슨 전 총리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한 전직 장관은 “현재 최우선 과제는 통합이지만, 당이 너무나 분열돼 있어서 누가 이기든 6~9개월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전 총리가 입후보 자격만 갖추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존슨 내각 퇴진을 이끈 수낵 전 장관에 대한 당내 여론이 곱지만은 않은 탓이다. 수낵 전 장관이 인도계 유색인종이라는 점도 백인·남성·중산층이 많은 보수당 내에선 약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한 유권자 57%가 존슨 전 총리 퇴진이 잘못됐다고 답했고, 그중 3분의 2는 존슨 전 총리 복귀에 찬성했다. 보수당 의원들의 의향을 묻는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지지율 48% 대 45%로 팽팽했다. 여론조사회사 사만타콤레스 크리스 홉킨스 국장은 “수낵과 존슨의 지지율 차이는 담배 종잇장만큼도 안 난다”며 “수낵은 의원들에게서 더 많은 표를 얻겠지만, 17만 당원들은 존슨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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